​​​​​​​정적 암살 의혹, 푸틴, 살인자 오명 벗을 수 있을까

러시아 교정국은 나발디가 교도소 내 산책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30분 이상 실시했지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 화상으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서 농담을 던질 정도로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나발디의 갑작스런 죽음은 곧바로 타살 의혹으로 이어졌고...[본문 중에서]
러시아 교정국은 나발디가 교도소 내 산책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30분 이상 실시했지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 화상으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서 농담을 던질 정도로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나발디의 갑작스런 죽음은 곧바로 타살 의혹으로 이어졌고...[본문 중에서]

나발디는 누구인가


알렉세이 나발디,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손꼽히던 야권 인사가 러시아 대선 한 달 전 47세의 나이로 16일 옥중 사망했다. 러시아 교정국은 나발디가 교도소 내 산책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30분 이상 실시했지만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 화상으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판사에서 농담을 던질 정도로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나발디의 갑작스런 죽음은 곧바로 타살 의혹으로 이어졌고 푸틴이 대선 전 정적 제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나발디는 정부 인사와 푸틴의 비리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캠페인을 벌여오던 대표적인 야권 인사로 20208월에도 이미 비행기에서 한차례 독극물 테러 증세를 보여 혼수상태에 빠진 뒤 회복된 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반정부 인사들이 차례로 사망하거나 테러를 당하는 일이 흔한 만큼, 당시에도 푸틴 배후설이 유력했지만 크렘린궁은 일관되게 모든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푸틴 역시 침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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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크렘린궁


정부로부터 불범 금품 수수와 사기 혐의를 받고 복역 중이던 나발디는 지난해에 그가 창설한 반부패재단시민권리 보호재단이 당국에 극단주의 활동 조직으로 낙인찍히며 추가 형량이 부과돼 총 30형을 선고 받았다. 20211월부터 모스크바에서 약 230km 떨어진 제 6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지난해 12, 야말로네네츠 자치구로 이감되었다. 이감 직후에는 정확한 행적이 밝혀지지 않아 실종설까지 나돌았지만 결국 북극의 늑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악명이 높은 시베리아 지역 제 3교도소에 복역 중임이 드러났다. 당시 당국은 이감 정보 자체를 비밀에 부치고 대변인들의 면회조차 거부하며 그에 관한 의혹을 증폭시켰고 바로 이 같은 당국의 태도 때문에 이번 사망에 대한 의혹 역시 정당해 보인다. 사망 이틀 전 나발디를 면회했던 레오니트 솔로비요프 변호사는 그의 죽음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틀 전 나발디는 모든 것이 괜찮은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등지에서 나발디 관련 추모 집회가 이어졌고 곳곳에서 푸틴을 집중 규탄하는 피켓 물결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열기가 확산됐고 푸틴은 살인자’, ‘푸틴 없는 러시아라는 문구들이 현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편 크렘린궁은 사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차분하게 기다려야할 때라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의 반응은 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나발디 죽음의 배후에 푸틴과 그의 깡패들이 있다며 확신에 찬 어조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역시 러시아는 나발디 죽음에 관한 심각한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발디의 반정부 운동


최근까지 나발디는 옥중에서도 꾸준히 온라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푸틴에 대항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동안의 행적 역시 정부 고위층과 집권당을 반대하며 푸틴을 정면 겨냥해왔는데 일례로 과거 나발디와 그의 동료들은 흑해 인근, 러시아 북동부에 위치한 휴양도시 겔렌지크에 있는 푸틴의 비밀 궁전을 세상에 폭로한 적이 있다. 촘촘한 감시망을 피해 몰래 드론을 띄운 뒤 온실과 공원, 헬기장, 카지노, 아이스하키 링크까지 마련된 15천억 원 상당의 초호화 리조트를 푸틴 소유라 주장하며 연관된 기업과 정부의 비리를 고발했다. 또한 독극물 의심 증세에서 회복한 이후에는 실제 독일 병원에서 검출된 독극물 성분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내려진 암살 지시를 파헤치기 시작했고 결국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요원과의 신분을 위장한 통화 내용을 통해 그의 속옷에 독극물을 묻혀 암살을 시도했다는 정황 증거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이는 크렘린궁에서 아무리 나발디를 망상병 환자 취급하고 음모론자로 몰아가도 결국 푸틴의 정적 제거설이 유력한 가설임을 다시금 확신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번 나발디의 석연찮은 죽음은, 자연스럽게 비행기 추락 사고로 지난해 사망한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딘을 떠올리게 하며 푸틴의 정적 제거 의혹을 키우고 있다.

나발디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16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남편의 소식과 관련한 연설을 통해 청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그녀는 푸틴이 벌을 받을 것이며 전 세계가 현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고 뉴욕타임즈는 그녀의 연설은 짧았지만 청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나발나야는 그동안 남편의 옥중 상태를 염려하고 러시아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글을 수차례 SNS통해 전달 해왔다.

나발디는 과거 한국산 컵라면을 언급하여 국내에서도 한차례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러시아 내에서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팔도 '도시락'이 교도소 내에서도 인기 제품이라며 그는 해당 제품을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뜨거운 식사 30분 제한 조건을 폐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교정국에 거절당한 일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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