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탄에 시달리던 부산 장학사,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해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실태 조사 결과는 일선 공무원들이 상습·반복 민원이나 폭행·협박 등과 같은 악성 민원으로 많이 고통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권익위는 일선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본문 중에서]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실태 조사 결과는 일선 공무원들이 상습·반복 민원이나 폭행·협박 등과 같은 악성 민원으로 많이 고통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권익위는 일선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본문 중에서]

 


 

악성 민원 실태 전수 조사 결과 발표... “칼 들고 간다라는 말 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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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더 자세한 이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 동안, 중앙행정기관 49, 지방자치단체 243, 시도 교육청 17곳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 실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2일에 발표한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달 새 전국 악성 민원인의 수가 278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상습·반복유형이 48%(1340), ‘폭언·폭행·협박유형이 40%(1113)로 대다수였다. 다음으로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한 후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등의 신상 공격6%(182), ‘과도한 정보공개 요구3%(80)로 집계됐다. 악성 민원 중에서는 자신이 조선시대 궁녀라 주장하며, 자신의 전 재산을 일본 천황이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반복적으로 전화하고, 도서·신문 기사·사진을 50회 이상 발송하기도 했다. 의료비 지원 및 시장 면담을 요청한 악성 민원인은 고성을 지르다 민원실 밖에 드러눕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악성 민원 실태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관의 45%(140개 기관)는 최근 3년 이내에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을 했더라도 적절한 악성 민원 대응 교육이 아닌 곳도 있었다. 이에 권익위는 관련 기관과 실태 조사 결과 및 유형별 악성 민원 대응 방안을 공유 및 협의할 계획이라 밝히며, ‘악성 민원 대응 연수회를 개최하여 각 기관의 대응 역량을 높일 예정이라 설명했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실태 조사 결과는 일선 공무원들이 상습·반복 민원이나 폭행·협박 등과 같은 악성 민원으로 많이 고통받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며 권익위는 일선 공무원들이 효율적으로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도 넘은 민원에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된 민원 처리 담당자들


최근 부산시교육청 장학사 A 씨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관련하여 반복적인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교장공모제 학부모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다른 학교에 비해 B 중학교의 지표가 월등히 떨어졌다. 이에 B 중학교는 교장공모제 대상에서 제외되자,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까지 나서서 공모제 재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1달간 교육청에 접수된 민원은 40여건에 달하며, 여러 차례 교육청을 직접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학사 A 씨는 국민신문고, 부산시교육청 게시판, 내선전화, 방문 항의 등의 민원을 받아 다른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밝혀져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한편, 장학사 A 씨가 숨지기 9일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학부모 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학부모 위원장은 내선전화로 민원을 제기하였으며 학부모 의견수렴이 몇 프로 이상 되어야 교장 공모에 지정할 수 있냐”, “미리 알려줬으면 더 홍보했을 것 아니냐”, “시험 범위를 가르쳐줘야 학생이 공부하지 않냐?‘ 등 교장공모제 심사와 관련하여 공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며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다른 학교들의 평균 찬성률이 몇 프로인지 공개해라, 그래야 우리가 포기하지 않겠나?”, “완전히 무시하던데 네가 아무리 떠들어 보라는 식으로”, “교육감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와 같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민원 처리 담당자의 고충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지난 3월에도 김포시 공무원이 민원인의 비방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으며, 한 초등학교에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하는 등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 C 씨는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하였으며 최근에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로부터 순직이 인정된 바 있다.


악성 민원인을 대처하는 해외 국가들


악성 민원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30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가 발표한 주요국 민원 환경 현황조사 및 법 제도 개선방안연구용역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었던 국가들은 악성 민원인에 대한 업무 방해 행위를 제한하고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를 통해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의 민원 환경을 조사했다.

일본의 경우, 폭언형, 폭력형, 협박형, 성희롱형, 시간 구속형, 반복형, SNS 인터넷 비방형, 권위형, 직장 밖 요구형 등 9개의 유형의 악성 민원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대응한다. 또한 잉글랜드, 호주, 뉴질랜드는 악성 민원인의 방문과 연락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는 악성 민원인을 강력히 제한하고 있는데, 지자체 서비스 사용 제한과 지자체 건물 출입 금지 등의 수단을 사용한다.

악성 민원인을 법률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도 있다. 프랑스는 기관 차원에서 폭행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싱가포르 등은 공직자 대상 범죄 처벌 규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행정연구원 김세진 박사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전화 등 전달 수단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악성 민원일지라도 민원 서비스 제공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기에, 서면, 이메일 등으로 연락 방법을 제한하고 대면 장소 및 특정 담당자 지정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행안부는 담당자가 민원 처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악성 민원의 정의 및 세부 유형을 구체화하고, 업무 방해 행위를 제한할 근거를 마련하고 기관 차원의 대응 및 폭언, 폭행 등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에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참고하여 악성 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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