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 전 사장에게 일부 재산 처분 권한을 위임한 유언 조항이 일신전속성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일신전속성이란, 유언이나 결혼처럼 특정한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는 권리의 성질을 말한다. 그러나 재판부는...[본문 중에서]
재판부는 이 전 사장에게 일부 재산 처분 권한을 위임한 유언 조항이 일신전속성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일신전속성이란, 유언이나 결혼처럼 특정한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는 권리의 성질을 말한다. 그러나 재판부는...[본문 중에서]

태광그룹은 창업주인 이임용 선대회장이 별세한 후, 오랜 기간 유산을 둘러싸고 남매 간 분쟁을 벌여왔다. 특히, 그룹의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이 선대회장의 차명유산이 드러나 업계의 이목을 끌었으며, 이를 두고 2020년부터 이호진 전 회장과 누나 재훈 씨는 서로를 향해 소송을 불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지난달,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에 장기간 태광그룹을 뒤흔든 상속분쟁의 판결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계기로 현재 공석인 회장직에 이 전 회장이 복귀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고자 한다.


-태광그룹은?


1950년에 설립된 태광그룹의 창업주는 이임용 회장이다. 당사는 1975년에 대한화섬을 인수하고 1978년 천일사를 인수한 뒤, 1977년 학교법인 일주학원을 세워 육영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1988년에는 한보관광개발을 인수해 레저사업에 진출했으며 1997년에는 한국케이블TV안양방송을 세워 케이블SO사업에 진출한 뒤, 2000년에는 케이블 PP업체 이채널을 설립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다각화를 이뤄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태광그룹은 태광산업, 흥국금융, 티캐스트, 티시스 등의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2018년 기준으로 재계순위 38위에 달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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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의 유언 딸들에겐 상속 제외


사실, 남매 간 분쟁의 시작은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언장에서 비롯됐다. 그는 1996년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한 바 있는데, 그의 유언장에는 배우자와 두 아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되, 세 딸은 상속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상속 내용을 명시하지 않은 자산의 처리는 이 전 회장의 삼촌인 이기화 전 사장의 결정에 맡긴다고 명시했다. 이후 이 선대회장은 유언장을 작성했던 그 해 112, 작고했다. 이후 이기화 전 사장이 그룹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2004년엔 이호진 회장이 취임해 2세 경영을 이어갔으나 2011, 비자금 수사 등으로 인한 사법리스크로 인해 취임 7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결말을 맞았다.


-검찰, 태광그룹 차명재산 밝혀내..


한편, 지난 2010년부터 2011, 검찰은 태광그룹의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선대회장의 차명재산을 발견했다. 그 규모는 국민주택채권 등 무기명채권 735억 원과 회사채 126억 원에 달했는데 201010, 태광그룹 자금 관리인이 이 차명 채권을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이재훈 씨에게 전달하게 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 전 회장 측에 따르면 이 채권을 단독 상속한 후 자금 관리인을 통해 누나에게 임시 보관을 맡겼다고 주장하며 20122, 반환을 요청했으나 누나인 이 씨가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남매 간 소송분쟁 시작


반면, 이 씨는 유언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212, 이 씨는 “2010년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이뤄지면서 이호진 전 회장이 상속재산인 차명주식 등을 실명화·현금화해 1조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선대회장 사망 직후 상속재산 외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혼자 소유해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이 씨는 이 전 회장에게 786000여 만 원과 태광산업 보통주 주식 10, 대한화섬 10, 흥국생명 10, 태광관광개발 1, 고려저축은행 1, 서한물산 1주 등의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상속회복 청구권 제척시간이 지났다며 법원의 심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각하했으며,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각하판결이 나와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 측이 승소했다.


-이 전 회장, 반환 소송제기


이후에도 남매는 소송을 본격화하며 유산의 주인을 가리고자 했는데 2020, 이 전 회장이 누나 이 씨를 상대로 400억 원 규모의 채권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이 씨 역시 법원의 1,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상고해가며 남매 간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러한 소송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1심 판결 이 씨, 400억 원 반환해야..”

20236, 1심 재판부는 이 전 사장에게 일부 재산 처분 권한을 위임한 유언 조항이 일신전속성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일신전속성이란, 유언이나 결혼처럼 특정한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 없는 권리의 성질을 말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와 별개로, 차명으로 된 채권의 실제 가치인 40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이 씨가 이 전 회장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 이 씨, 153억 원 반환해야..”

20248, 2심 판결 역시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주긴 했으나, 이 씨가 반환해야 할 금액이 대폭 줄어들었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창업주의 잔여 재산에 대한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이 합법적으로 채권을 상속받았기 때문에 이 씨는 이에 해당하는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이 전 회장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금융거래 내용으로 확인된 1535000만원에 대해서만 반환 대상으로 한정한 덕분에 반환금 액수는 축소, 변경됐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양 측은 모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양측 상고 모두 기각

지난 22, 대법원은 이 씨에 대해 “153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유지하고,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400억 원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이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 채권 금액에 대한 증명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전제하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채권 증서의 합계액이 1535000만원을 초과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누나 이 씨의 상고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이 전 사장의 집행 행위를 통해 채권 증서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한 원심 결정에 오류가 없다고 봤다.


-이 전 회장, 모친과 동반 사법 리스크


한편, 2011년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되면서, 1·2심에서 징역 4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이점은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 역시 아들과 함께 구속 기소된 점이다. 이후, 이 전 회장은 20126, 간암 치료를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후 거주지와 병원을 이탈해 음주와 흡연하는 모습이 적발돼 일명 황제보석이라 일컫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모친 이 전 상무 역시 형기 중,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병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향후 뇌경색 등으로 인한 고도의 치매와 관상동맥 협착증 등의 지병으로 인해 20155, 별세했다.

<태광그룹 유산분쟁 개요>

일시

개요

비고

1996

이 선대회장, 유언장 작성

딸들 상속에서 제외

1996112

이 선대회장 작고

 

2004

이호진 회장 취임

 

2010

검찰,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201010

태광그룹 자금관리인, 누나 이재훈 씨에 차명채권 전달

 

2011

이 전 회장, 횡령 배임혐의 구속기소

 

20122

이 전 회장, 차명채권 반환 요청

이재훈 씨, 반환 거부

20126

이 전 회장, 보석 석방

 

201212

이재훈 씨, 이 전 회장에 소송 제기

이 전 회장 승소

20155

모친 이 전 상무, 별세

 

2018

이 전 회장, 재수감

 

2020

이 전 회장, 이 씨에 400억 원 규모 채권반환 소송 제기

 

202110

이 전 회장, 만기출소

 

20236

1, 이재훈 씨에 400억 반환판결

 

20238

이 전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

 

20248

2, 이재훈 씨에 153억 반환판결

 

202522

대법원, 이재훈 씨에 153억 반환판결

 

202534

태광그룹, 계열사 대표 인사 개편

 

정리_뉴스워커


-이 전 회장, 경영일선 복귀?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회장직을 역임할 당시 사업가로서 자질을 여실히 보여준 경영인이라는 평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태광그룹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금융과 미디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이로 인해 기업 규모를 크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 전 회장은 2011, 횡령·배임 혐의로 인해 구속기소 됐으며, 2018년 재수감됐고 202110월 만기 출소하는 등 사법리스크가 존재했고 이후에도 취업 제한 규정 등으로 복귀하지 못하다가 2023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상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의 오너 부재로 인해 10여 년 동안 태광그룹의 대규모 투자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전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덜어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회장직에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됐다.

그리고 이달 4, 태광그룹은 계열사 대표에 대한 인사개편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태광산업은 유태호 티시스 대표를 내정했으며 흥국생명과 HK금융파트너스 각각 김대현 전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과 유재준 전 KB라이프생명 부사장을 대표에 내정하며 새로운 인사 영입과 쇄신을 위해 변화를 도모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긴 시간 동안 끌어온 남매간 유산 분쟁과 이 전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로 인한 사법리스크, 그룹의 상무를 지냈었던 모친의 별세 등 많은 사건들이 태광그룹을 스쳐지나갔다. 이제, 대법원 판단으로 인해 유산분쟁을 마무리한 시점에서 태광그룹이 과연, 이 전 회장의 복귀 카드를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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