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청소 중 오른손과 함께 몸통이 끼이며 사망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산업재해
20년 만에 예산 전액 삭감… 현실적인 대책 있어야만
![전국이주인권노동시민단체는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형식적 의견 수렴만 해서는 안된다”며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인 제도 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실행 가능한 제도 수립을...[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8/389720_415091_321.jpg)
경기 화성시 한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또다시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서는 네팔 국적의 이주노동자가 기계에 몸통이 끼어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4일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20분쯤 화성시 정남면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 30대 남성 A씨가 작업 도중 기계에 끼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당시 A씨는 동료 노동자 2명과 함께 플라스틱 원료를 압축하는 데 쓰이는 롤러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와 동료 노동자들이 기계가 작동 중인 당시에 작업을 진행한 것인지, 정지 상태의 롤러가 갑자기 가동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A씨는 청소 도중 오른손과 함께 몸통이 기계에 끼이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을 인지한 동료가 기계를 정지시켰으나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의 정확한 작업 경위와 함께 기계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현장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기계에 안전장치를 올바르게 설치하였는지, 작업 중 안전 수칙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으며, 안전 관리 책임 등 관련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공장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사고와 집장 내 괴롭힘 늘어나고 있으나…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근무 중 사망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시 한 야산에서 네팔 국적 50대 이주노동자 B씨가 사망했다.
현장은 허술한 그늘막이 설치된 정도로 온열질환 대책이 미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작업 종료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두통을 호소한 후 쓰러졌다. 동료들은 B씨의 몸에 물을 부은 뒤 약 20m를 업고 하산하여 구급 대원에게 인계하였다. 구급 대원들은 재차 B씨의 몸에 얼음 물을 쏟아붓고 헬기를 이용해 병원에 이송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B씨의 체온이 39.6도까지 올랐다고 말하며,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달 7일에는 경북 구미시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이주노동자 C씨가 사망했다.
C씨는 사고 당일 공사현장에 첫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염 속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근무하다가 작업이 마무리될 때 즈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나선 뒤, 건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C씨의 체온은 40.2도로, 이는 중추신경계 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아주 높은 온도였다.
이주노동자들의 시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남 나주 벽돌 생산 공장의 ‘지게차 결박 사건’ 이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남 영암 돼지농장에서 사업주의 폭행에 시달리던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사망했고, 5월에는 베트남 국적 여성 이주노동자가 관리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이주인권노동시민단체는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형식적 의견 수렴만 해서는 안된다”며 “노정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인 제도 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 실행 가능한 제도 수립을 촉구했다.
이주노동자 증가만큼 사고 예방 가능한 대책 마련 필요
광주•전남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달에만 광주•전남 지역의 이주노동자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이반 신고 건수가 총 270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달까지 이미 1458건이 접수된 상태.
지방 인구가 감소하면서 이주노동자 유입이 증가하여 2023년부터 관련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 지역 이주노동자들은 “해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업무의 강도보다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것과 안전한 업장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 발생 내용을 기업 담당자와 노동자들에게 알리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사이렌’이 이주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대재해 사이렌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이용하여 사망사고 발생 속보 내용을 전하고 재해 예방을 위한 유의 사항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로만 내용을 제공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접하는 어려웠다.
전남노동권익센터 문길주 센터장은 “열악한 현장과 건설 현장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다수인데 중대재해 사이렌은 한국어로만 제공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자국어로 번역된 알림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허술한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련 예산을 적절하게 편성하지 않아 노동자 보호•적응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 9개 거점 센터와 35개 소지역 센터 지원 예산을 20년 만에 0원으로 전액 삭감하였다. 센터 운영에 대한 예산은 2020년 이후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2024년부터는 아예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지역 내 센터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관련 단체들은 이주노동자 현황 파악과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뒷북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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