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진 씨의 추모 위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 
배달 플랫폼 내 ‘미션’, 무리한 노동으로 사고로 이어져
배달 노동자 산업 재해 승인 건수 4년 만에 7배 급증

배달 노동자의 사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배달 플랫폼 내 ‘미션’이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40대 배달 기사가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하다 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왼쪽 둘째 발가락 골절을 당해 전치 6주의 진단을...[본문 중에서]
배달 노동자의 사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배달 플랫폼 내 ‘미션’이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40대 배달 기사가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하다 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왼쪽 둘째 발가락 골절을 당해 전치 6주의 진단을...[본문 중에서]

라이더유니온 주체, ‘안전시스템 구축’ 요구하며 추모 행진


각종 배달 플랫폼이 넘쳐나며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고가 배달 업계의 구조적 산업 재해라고 이야기하며, 전국에서 모인 100여 명의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용산 대통령실까지 추모 행진을 벌였다. 노동자들의 가슴에는 검은 리본이, 오토바이 뒤편엔 국화 사진이 달려 있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이는 지난 5일 경기도 군포에서 야간 배달을 하던 도중 버스에 치여 숨진 배달 노동자 김용진(45) 씨의 사망 사고 추모를 위해 열렸다. 

배달 플랫폼의 구조는 일정 수준의 배달률과 수락률을 유지해야만 노동자들에게 등급을 부여해 보상을 주고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상위 등급(골드 플러스)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2주간 400건, 수락률 90%를 유지해야 한다. 

사망한 김 씨는 골드 플러스 등급 유지를 위해 사고 전날 14시간 동안 배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이튿날 배달을 나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모식을 주최한 라이더유니온은 정부에 배달 플랫폼 업종을 산업재해 감축 최우선 업종으로 지정할 것과 사망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밝혔다. 


‘구조적 산재’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김 씨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31일, 서울 반포에서 배달 노동자의 오토바이와 버스가 충돌하여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하여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필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건설•조선업이 산재의 최다 업종이었으나, 최근에는 배달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1일에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승인 건수는 4년 연속 1위로, 최근까지만 해도 527건에 달았다. 2위인 쿠팡이츠는 241건으로 그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이외 플랫폼을 추가하면 배달 노동자 전체 산재 승인 건수는 2019년 537건에서 2022년 3,979건으로 약 7배 급증하였다. 

신장식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여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저임금 구조 개선을 위해 화물노동자에 적용되는 안전 운임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로 몰고 가는 이기적인 배달 플랫폼 내 ‘미션’


배달 노동자의 사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배달 플랫폼 내 ‘미션’이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40대 배달 기사가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몰며 배달하다 벽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왼쪽 둘째 발가락 골절을 당해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배달 플랫폼에서 수행해야 하는 ‘미션’을 이행하기 위해 서두르다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션은 ‘3시간 내 배달 15건’과 같이 특정 시간 내에 정해진 배달 건수를 달성하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보상 이벤트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근 폭염과 폭우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미션을 제시하여 배달 건수를 늘리려고 했다. 배달하기 힘든 날씨에 일을 나오는 배달 기사 수가 줄어들어 이와 같은 이벤트를 제시한 것이다. 지난달 중순 폭우 때는 ‘3일간 100건 10만 원’, 폭염 때는 ‘5일간 260건 30만 원 지급’과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배달 노동자들은 이러한 미션 수행은 “사실상 강제”라고 말했다.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수익이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것은 배달 플랫폼이 배달료를 낮추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일 서울 지역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낮췄다. 쿠팡이츠는 기본 배달료를 공식적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2500원에서 최근 1900원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배달 플랫폼은 “미션에서 정하는 배달 건수는 사람이 지정하는 것이 아닌, 라이더의 최근 활동 내역과 배달 주문 수락률 등 빅데이터에 따라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사람만 수행하면 되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에 관하여 배달 노동자들은 “미션을 수행하여 추가 수당을 받지 않는다면 수입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다들 비슷한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미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예정


정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기 위해 이르면 2027년부터 도급제 근로자, 플랫폼•특수형태근로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에게도 최저임금(최저보수)을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가 올해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을 위한 실태조사를 한 뒤,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에 올릴 계획인 것이 10일 확인됐다. 

도급제 노동자란 정해진 시간 동안 근무한 대가가 아닌 특정 작업이나 성과(물량)를 완성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뜻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배달 노동자와 대리운전기사 등 노동자의 별도 최저보수 실태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상당수의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워 자영업자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경우 도급•위임 계약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근로시간제한, 산재보험 등 기본 권리 보장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무 제공의 양과 질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 산정 방식’을 놓고 노사 간 격론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비전형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서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하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경영계는 “생산성•성과에 따라 보수가 책정되는 직종에 일률적 하한선을 두면 시장 왜곡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비전형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 노동 조건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향후 노사 간의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