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리스크가 큰 중국 업체에 가산(GaN) 전력칩 공급망을 의존하게 되나? “AI 패권 싸움 와중에 대만·미국 동맹 균열” 우려. Infineon 특허 분쟁까지 얽혀 법적 리스크도 폭발 조짐 보일까?

엔비디아(NVIDIA)가 최근 공개한 “800 VDC 전원 아키텍처 부품” 공급사 명단에, 중국 GaN 전력칩 업체 이노사이언스(Innoscience)가 유일한 중국 기업으로 포함됐다.
AI 전력 반도체는 지금이 돈 되는 타이밍이다. 엔비디아가 2027년부터 1MW급 랙을 겨냥해 800V 직류 배전으로 갈아타겠다고 못 박으면서, 열거한 실리콘·전력시스템 파트너 목록(아날로그디바이스·인피니언·이노사이언스·MPS·내비타스·온세미·르네사스·로옴·STMicroelectronics, Texas InstrumentsI 등)에 한국 기업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즉, "고전압 GaN과 800VDC 생태계가 커질수록 수익의 파이는 커지는데, 이번 라운드에서 우리나라는 내세울 카드가 부재하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가 역량을 키우겠다며 투자해온 파워 반도체 전략은 헛발질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800 VDC 전원 아키텍처 및 GaN, NVIDIA에 왜 필요한가?
큰 틀에서 보면,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구조 효율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보내고, 실제로 쓰기 전 전압을 낮추는 방식을 고려한다. 실제 데이터센터에서는 전압을 낮추는 지점이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각각 “초고속으로 전기를 켰다 껐다 하는 스위치”가 필요하다. 이때 GaN이 적은 손실과 속도를 제공하여 기기 부피도 줄이고, 더 시원하게 높은 효율로 동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노사이언스가 핵심 8 인치 GaN 대량 생산 능력을 내세우며 NVIDIA 800 VDC 전원 아키텍처 시험 공급사로 선정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GaN 전력 소자 시장 점유율 1위(29.9 %)를 기록하며 Navitas·EPC·Infineon을 앞서 있다. 이는 미국·유럽 GaN 경쟁사 대비 가격 우위와 고전압(≥800 V) 제품 라인이 준비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의 결과이다.)
잠재적 수혜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이 파고들 틈은 어딜까?
GaN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 7100만 달러(약 3679억 원)에서, 2030년 43억 7600만 달러(약 5조 9422억 원)로 연평균 4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성장 시장이다. 특히 상업용 시장 비중이 지난해 23%에서 48%로 대폭 성장 예상되며,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시장이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또한 엔비디아의 GPU 한두 개에 들어가는 부품뿐만이 아닌, 랙 전체, 나아가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망을 교체하는 사업이므로, 반도체 칩부터 PDU, 케이블, 커넥터까지 관련된 모든 생태계에 새로운 교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중국 내 장비·소재 생태계가 ‘숨은 수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현실은 냉혹하다. “국가별 화합물 ka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유럽(54%), 미국(28%), 일본(13%) 순으로 차지하며 이들 국가의 합산 점유율은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고작 2% 내외에 머물러 있다.
(2030년 세계 전력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 분석 by Stratistics Market Research Consulting)
국내 정책 성과가 빈틈을 보였다는 지적은 근거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합물 전력반도체(파워 SiC·GaN 등) 고도화에 2024년부터 5년간 총 1,385억 원을 투입하는 정부 사업을 공식화했지만, 글로벌 밸류체인 선도 구간인 800 VDC 데이터센터 전력 생태계의 공개 협력 파트너에서 한국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현황을 정리해 보자면,
지정학적 제약과 특허 분쟁이 겹친 틈새를 공략해, 아직 한국 업체가 고전압 GaN 디바이스·모듈의 대체 소싱 후보로 들어갈 전략 여지가 있다.
첫째, 공개된 파트너/공급사 표기는 엔비디아가 협업 중인 대표 기업들을 예시한 것이지, 최종 납품처를 망라한 조달 명부는 아니다. 즉, 블룸버그 인용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이노사이언스의 800 VDC 참여는 아직 ‘시험 단계’로 본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둘째, 중국산 GaN 공급에 의존하면 미국 역시 조달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갈륨은 GaN 전력반도체의 핵심 원소이므로, 정책 변화가 곧바로 상류 공급에 영향을 준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의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이력이 있다. 이후 두 광물의 대외 수출이 급감했다. 일부 허가가 재개되어 수출이 다시 이뤄진다고 해도, 통제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며 중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다시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셋째, 이노사이언스는 독일 뮌헨 지방법원 1심에서 인피니언 특허 침해 판결과 금지명령을 받았고, 이는 유럽 내 판매·고객 인증 체인에 불확실성을 키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이 할 일은 “입찰 탈락” 단정 대신, 이미 가동·공고된 정부 프로그램을 800 VDC 전력 사슬로 수렴시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1일 보도자료에서 GaN 반도체를 ‘프로그램형 신속 개발’ 대상으로 명시했고, 2025년도 신규 과제로 ‘화합물 전력반도체 고도화 기술 개발’을 공고했다. 인력 측면에선 ‘화합물 전력반도체 전문 인력양성’ 5개년 사업이 2025년 3월 착수로 공식 공고돼 있다. 중·고전압 GaN/SiC 전력모듈의 레퍼런스 설계·실증·인증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재 정책의 연장선에서 가능한 해법이며, 공개 파트너 목록에 한국 기업명이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을 만회할 유력한 경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