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들추기]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총 130만톤(t)이 넘는 오염수가 30여 년 동안 바다로 방출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방류 계획에 사실상 허용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며 시민단체와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외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해양 방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각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의 공식 입장이다.
각료회의에서 방류 개시를 결정함에 따라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 터널을 통해 방류할 계획이다. 총 방류량은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총 134만t의 오염수로 알려졌다.
정부, 사실상 방류 계획 허용 의사…“단 계획과 다르다면 즉시 중단 요구할 것”
우리 정부는 일본 측 방류 계획에는 과학·기술적 문제가 없다면서 사실상 허용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일본이 계획과 다르게 방류를 진행한다면 즉시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실제 방류가 조금이라도 계획과 다르게 진행된다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해 일본 측에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희석한 만큼 환경과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체 웹페이지를 통해 ‘ALPS처리수’는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안전 기준치를 만족할 때까지 정화한 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삼중수소 역시 안전 기준치 충족을 위해 처분하기 전에 해수로 많이 희석시킨다”면서 “따라서 환경 및 인체에 대한 영향은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한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월에 작성한 보고서다. IAEA는 일본 정부의 방휴 계획에 대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다면서 “방류로 인한 방사성 물질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시민단체, 야당 반발 거세…국내 수산업계도 타격 불가피 전망
하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해 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IAEA가 기본적으로 친 원전기구인 만큼 편향성 등을 문제 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일본 방사성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투기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증언이 이어지는데도, 일본 정부는 제일 저렴하고 편리한 해양 투기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에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오염수 투기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사회경제적 손실과 두려운 바다만을 남길 것”이라며 “기준치 미만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에 노출되는 것 역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탱크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 종류의 총량을 밝힌 적이 한번도 없고, 2차 (정화) 처리를 해도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잔류할지 모른다”며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인류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린피스는 “태평양 방류를 결정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남긴 쓰라린 아픔과 교훈에 대한 망각이자, 수십년 동안 견고한 카르텔을 구축한 일본 원전 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반응이 극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안전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반면 국민의힘은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점검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사회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수산업계도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원전 사고 당시 부산감천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일본산 명태와 갈치 거래량은 각각 94.2%, 97.2%나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원전 오염수 누출 때는 국내 전통시장에서 약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각 20%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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