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들추기] 만 10세인 올해 3월 서울과학고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영재소년 백강현 군이 자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자퇴 이유로 지속적인 ‘학교 폭력’을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백군의 아버지는 20일 자퇴 사실을 밝힌 뒤 같은 학교 ‘선배맘’에게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교내에서 백군이 당했던 학교 폭력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했다.
백군은 영상에서 “8월 18일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돼가는 저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백군은 같은 반 학우들을 형, 누나로 칭하기도 하고 한 학기 동안 추억을 되새기면서 “귀염둥이 백강현이가 이제 떠난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백군의 자퇴가 아름다운 결별로 마무리 짓는 듯 했으나 백군의 아버지가 학폭 폭로를 예고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백군의 아버지는 자퇴 사실을 밝힌 뒤 '백강현과 관련하여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충격을 줬다.
父 “하루 종일 말 걸지 않기, ‘아무것도 못하는 병X’ 등 욕설 섞인 학폭”
그는 유튜브 댓글을 통해 “어린 강현이에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 ‘네가 여기 서울과학고에 있는 것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팀 과제 할 때 강현이가 같은 조에 속해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면박을 주고 아무 역할도 주지 않고 유령 취급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한 커뮤니티에 강현이 보라고 버젓이 ‘아무것도 못 하는 병X, 찐X 새X라고 욕하며 놀리기’ 하루 종일 강현이한테 말 걸지 않기 등 강현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이후 서울과고 선배 엄마라는 A씨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A씨는 “초등생이 서울과고 합격했다고 해서 천재인가 보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걔가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에 수학 1문제밖에 못 풀었다고 해서 학부모들 들썩했다. 모르는 사람 없다. ‘곧 자퇴하겠구나’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학교가 잘못했다’는 그런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문제 푸는 기계가 되기 싫어서 자퇴한 거냐. 솔직히 전교 꼴등이고 수업을 이해 못 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최소한 학교 학생들 이미지 떨어뜨리는 일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 관련 이미지 실추시키는 거짓말 더 이상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백군의 아버지는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백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강현군은 정원 외 전형으로 합격한 건 맞지만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2~3교시까지 시험을 치렀고 성적순 7명 안에 포함돼 합격했다.
1학기 중간고사 전체과목에서 수학 1문제만 풀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뛰어난 점수는 못 받았지만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 일부 과목은 형들만큼 잘 본 과목도 있다”면서 “1학기 기말고사 때는 물리 한 과목만 제외하고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 고발 직전까지 간 일화도…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왜 선발했나”
특히 백군의 아버지는 강현군이 학교 폭력을 당해 경찰 고발 직전까지 갔던 일화를 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강현이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공부는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2년 반은 버틸 수 있다’는 마음을 다잡았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게 2학기 시험까지 착실히 준비했으나 개학 후 백강현이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던 시험을 언급하는 학생이 여전히 존재했던 사실을 밝혔다. 또 담임선생님에게 메시지를 보내 발표과제만이라도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강현이 한 명 때문에 학교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다.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라”는 답을 들었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부친이 지속해서 백강현의 정신적 고통을 거듭 호소했으나 학교 측에서는 “그것을 견디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다”라고 말했던 점도 언급했다.
백군의 아버지는 “학교에서 강현이에게 약속해 준 어떤 대책 강구나 논의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학교에 입학할 때 27kg이던 아이의 몸무게는 현재 22kg이다. 하지만 버티지 못하면 나가라는 식의 학교 시스템만 강조한다면 애초에 10살 아이를 왜 선발했는지, 이렇게 대책도 없이 버리면 한 아이의 장래는 어떡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이같은 주장과 관련해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서울과학고 갤러리에는 서울과학고에 재학 중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학생이 작성한 글이 올라오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그는 조별 과제에서 배제한 이유에 대해선 “일반고 입시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라 함부로 말하긴 뭣하지만, 영재고에서는 수행평가가 매우 크게 반영된다. 그 수행평가에는 연구 활동의 비중이 크다. 수시만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교 특성상 반드시 챙겨야 할 중요한 학습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강현이는 기숙사 생활 또한 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 또한 해당 조에게는 적지 않은 페널티였으리라 생각한다. 12살과 17살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무시할 수 없다”면서 “어린 강현이를 품어주지 못한 것은 반성하고 있지만 저희 역시 어린 친구를 책임지고 과제를 해내기에는 버거운 고등학생 입시생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현재 학교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네티즌들은 천재소년의 학업이 학폭에 의해 중단됐다면서 안타깝다는 반응들을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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