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신화를 만들었던 유능한 행정가, 돌고 돌아 K리그 첫 정식 데뷔, 홍명보와도 인연
![김판곤이 울산으로 온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축협 시절 능력과 성과, 그리고 그것이 무너졌을 때 어떤 사태가 오는지를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김판곤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체계적인 프로세스, 전문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깊은 이해. 이 모든 것이 김판곤이 가진 강점이었다.김판곤이 공들여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축구 철학과 시스템이 그의 부재로 인해 무너져가는 것을 팬들은 안타깝게 지켜봤다. 축협에서 인맥으로 살아남은 인물들이 행정 시스템을 망쳐놓는 것을 보며...[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8/342417_350629_4949.jpg)
[뉴스워커_스포츠 이슈] 한국 축구계에 또 한 번의 지진이 일어났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김판곤 감독이 전격적으로 K리그 명문 울산 현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울산 구단은 28일 "지난 20여년간 국내외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력을 보여준 김판곤 감독이 친정팀인 울산에서 K리그 첫 정식 감독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감독 교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판곤의 부임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그는 울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울산 선수 출신 정식 감독이 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가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왔다는 것이다. 홍명보가 갑작스럽게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떠난 자리, 그 공백을 메우러 온 것이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감독 공백 장기화를 우려해 재빠르게 사령탑 선임 과정에 나섰고, 약 2주의 시간 끝에 김판곤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판곤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2년 6개월 동안 이끌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FIFA 랭킹을 130위까지 끌어올렸고, 2023 아시안컵에서는 한국과 3-3 무승부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런 그가 왜 하필 지금, 그것도 K리그로 돌아온 것일까? 김 감독은 29일 귀국한 뒤 울산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팀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8월 10일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경기를 통해 '울산 사령탑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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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를 발굴한 마법사, 체계적이고 투명한 축구 행정 보여준 김판곤, 축협 전성시대
공정과 절차, 투명의 아이콘 김판곤. 축협은 축구 ‘행정’을 하는 곳이다. 행정은 직감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그 과정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감성이 메마른,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것이 ‘행정’이다.
2018년, 한국 축구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참패로 신태용 감독이 물러났고, 축구협회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헤맸다. 그때 등장한 이가 바로 김판곤이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라는 긴 직함을 달고 나타나, 한국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김판곤이 만든 체계적인 시스템의 핵심은 투명성과 전문성이었다. 그는 먼저 감독 선임 과정을 완전히 공개했다. 후보자 선정부터 인터뷰, 최종 결정까지의 모든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는 과거 밀실에서 이루어지던 감독 선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그는 각 연령대별 대표팀의 축구 스타일을 통일시키는 '원팀(One Team)' 정책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각 연령대를 거치면서 일관된 축구 철학을 배울 수 있게 했다.
팬들은 김판곤의 능력을 여러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 첫째, 그의 안목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은 그 대표적 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었지만, 벤투는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둘째, 그의 소통 능력이다. 김판곤은 주요 결정 과정과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고, 이는 팬들의 신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셋째, 그의 비전이다. 그는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판곤이 한국 축구 행정 시스템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프로세스의 중요성'이다. 그는 감독 선임, 선수 발굴,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었다. 이는 개인의 주관이나 외부 압력에 좌우되지 않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 접근을 강조했다. 선수 선발과 경기 분석에 있어 객관적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시스템적 접근은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김판곤은 각급 대표팀의 성과 향상에도 큰 역할을 했다. U-20 대표팀의 2019년 폴란드 월드컵 준우승, U-23 대표팀의 2020년 AFC U-23 챔피언십 우승 등이 그 예다. 이는 그가 구축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일관된 축구 철학의 결과물이었다. 그의 이러한 성과는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고, 팬들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판곤의 행정가로서의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그가 축구협회를 떠난 후 말레이시아 축구협회가 그를 영입한 것이 그 증거다. 이는 그의 능력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제 그가 울산 현대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많은 이들이 그의 능력이 K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판곤이 한국 축구에 다시 한번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홍명보와 김판곤, 이미 구면이다. 홍, 축협 전무이사 시절 김판곤 발탁해 힘 실어줘…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감독님이 적격인 것 같습니다." 2017년, 홍명보의 이 한마디가 김판곤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당시 홍콩 축구협회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김판곤에게 홍명보는 한국행을 제안했다. 서로 특별한 인연도 없었지만, 홍명보는 김판곤의 능력을 알아봤다.
홍명보는 축구협회의 '황태자'로 불리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아웃사이더' 김판곤을 영입한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의 오랜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김판곤 본인도 "서로 간의 연이 전혀 없는데 도대체 왜 본인을 추천했는지 놀랐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판곤은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홍콩 축구협회의 전반적인 큰 역할을 맡으면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김판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한국 축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는 축구협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었고, 각종 대표팀의 성적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홍명보의 안목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홍명보와 김판곤의 이러한 협력은 한국 축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축구협회는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홍명보가 전무이사로 부임하기 전에는 비주류 인사가 선임되기 힘든 구조였으나, 다름 아닌 축협의 황태자 소리를 듣던 홍명보가 이러한 행보를 보이면서 비주류 인사 섭외가 전보다 늘어났다.
현시점에서 국가대표 감독이 된 홍명보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사퇴 압박도 많다. 분명 지금은 그렇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 비난받는다고 하여도 축협 전무 이사로 있으면서 김판곤의 능력을 알아보고 지지해 준 당시의 홍명보는 인상 깊다. 그때는 분명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고, 적중했다. 그리고 홍명보와 김판곤의 콜라보는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분명 당시에는…
행정가 뒤에 숨겨진 감독 자질, 홍콩에서 말레이시아까지, 클린스만 참교육한 김판곤
축구 행정가로서 더 잘 알려졌지만, 김판곤의 감독 이력도 훌륭하다. 1997년 은퇴 후 1998년 중경고등학교 축구부 감독으로 시작해 1999년 백록기 전국 고교축구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팀 창단 3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같은 해 중경고는 주말리그 서울 서부 리그 1위에 올라설 뿐 아니라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16강에 오르며 지역과 전국을 평정하는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김판곤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김판곤은 홍콩 리그에서 선수 겸 감독으로 활약하며 리그 준우승, 홍콩 FA컵 우승 등의 업적을 이뤘다. 특히 당시 리그 최약체로 꼽힌 홍콩 레인저스 FC의 선수 겸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전반기 1위까지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의 지도력과 전술 능력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례였다.
특히 홍콩 대표팀 감독 시절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2009년 동아시안 게임 우승과 2010년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결승 리그 자력 진출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2010년 홍콩 체육 지도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판곤은 홍콩 축구의 10년 뒤를 그리는 '피닉스 프로젝트'를 직접 계획하고 시행했다. 이는 홍콩 축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수비 지향적인 홍콩 축구를 공격 지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도 그의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FIFA 랭킹 130위까지 끌어올리고, 2023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3-3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는 김판곤의 지도력이 국제 무대에서도 통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였다. 그의 이러한 경력은 울산 현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연 없던 K리그, 돌고 돌아 첫 데이트, 그는 왜 편한 국내 생활을 버렸나?
흥미로운 점은 K리그 선수 출신이고 외국에서 지도자로서 괜찮은 업적을 쌓아 온 김판곤이 정작 K리그와는 인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가 K리그와 인연이 있는 것은 울산 소속 선수 시절, 그리고 부산 아이파크 시절 코치, 감독 대행, 경남 FC 수석 코치 말고는 정식 감독 경력은 없다.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을 떠돌며 감독 경험을 쌓았지만, 고국의 리그에서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그의 경력에서 독특한 특징으로 꼽힌다.
이렇게 능력 좋은 지도자가 왜 해외로 나간 것인지 의문이다. 한 가지 답을 찾는다면, 그는 한국 프로리그에서는 별다른 인맥이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오히려 그렇기에 축협 시절 눈치 안 보고 능력으로만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안타깝게도 한국 축구계의 폐쇄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축구협회 생활 동안 홍명보가 그의 뒤를 많이 봐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홍명보가 잘한 것 중 하나가 김판곤을 초빙하고 뒤에서 힘을 실어준 일이다. 이는 김판곤의 능력을 인정한 홍명보의 안목을 보여주는 동시에, 홍명보 같은 후원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한국 축구계에서 김판곤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2021년 홍명보가 전무이사직에서 내려오고 울산 현대 감독으로 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판곤도 손발이 하나씩 잘리기 시작했고, 그가 구축한 시스템이 무너져가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는 한국 축구계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고, 그가 나간 이후 체계가 무너진 한국 축구는 보란 듯이 연일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축협에 질린 그가 한국을 떠났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한국 축구계의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토록 질려서 떠났을 그가 이제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떤 꼴을 더 보고 싶어서?
김판곤 없는 축협, 모든 것이 무너져… 연이은 자충수, 더 이상 한국 축구 이끌 원동력 없다
김판곤이 떠난 후 축구협회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정몽규 회장 체제 하에서 클린스만이라는 역대급 '졸장'을 선임하여 회복이 안 되고 있는 중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온갖 기행을 벌였고 성적도 부진해, 결국 한국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아무것도 못 하고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클린스만이라는 단추가 잘못 끼워졌고 그에게 아무것도 얻어낼 것이 없었다. 수억대의 위약금만 아무 소득 없이 지불했다. 이것이 발목 잡혀 괜찮은 감독을 데려올 총알도 부족했다. 한번 잘못된 시작이 연쇄적으로 악재를 만들어 갔다. 그러니 결국 저렴한 국내 감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별 예선에서 김판곤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에게 3-3 무승부라는 치욕을 당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결국 조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날의 무승부로 축제를 방불케 했다. 한국과의 무승부라니… 이는 김판곤의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한국 축구의 몰락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날 김판곤은 자신이 세운 체계를 무너뜨린 대가를 축협에 톡톡히 보여줬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판곤은 여러 후보를 물색 중이었다. 프로세스대로 면접 진행 중에 정몽규 회장 승인으로 황선홍도 덜컥 선임되었다.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결국 황선홍의 올림픽 대표팀은 실패했다. 황선홍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행의 실패는 축협의 무리한 요구가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홍명보의 선임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경질 후, 축구협회는 빠르게 뽑을 줄 알았던 감독 선임에 5개월이나 걸렸고, 임시 감독을 2번이나 쓰면서도 결국 현직 K리그 감독인 홍명보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는 결론을 맞이했다.
특히 홍명보가 욕을 먹는 것은 그가 못났기 때문이 아니다. 김판곤을 도우면서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축협에 쓴소리를 못 하고 덜컥 승낙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던 김판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팬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김판곤, 울산에서 다시 쓰는 신화, 조용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판곤이 울산으로 온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축협 시절 능력과 성과, 그리고 그것이 무너졌을 때 어떤 사태가 오는지를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김판곤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체계적인 프로세스, 전문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깊은 이해. 이 모든 것이 김판곤이 가진 강점이었다.
김판곤이 공들여서 어렵게 만들어 놓은 축구 철학과 시스템이 그의 부재로 인해 무너져가는 것을 팬들은 안타깝게 지켜봤다. 축협에서 인맥으로 살아남은 인물들이 행정 시스템을 망쳐놓는 것을 보며, 팬들은 다시 과거로 후퇴하는 것이 아닌지 큰 우려를 표했다.
지금의 축구협회를 보면, 김판곤의 부재가 얼마나 큰 손실인지 절감하게 된다. 팬들은 연일 축협의 개혁을 외치고 있고,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기원한다. 보다 못한 문체부가 감사에 들어갔다. 리그서 1, 2위를 다투던 울산 팬들은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고 망연자실했다. 아무런 원칙도 절차도 논리도 없다. 이렇게 아우성인데, 팬들의 외침은 그곳에 닿지 못한다. 누군가 나서줘야 하지만 그럴 사람도, 능력도 없다. 이 답답함을 어찌하리오…
실력, 명성, 인성, 신뢰 모두 충분, 말로 해서 안 되면?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김판곤이 울산 현대의 감독이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큰 그림이 그려져 있을지 모른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청사진 말이다. 홍명보가 떠난 자리에 그가 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김판곤과 같이 일했던 홍명보라면, 그를 누구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 비난을 받는 홍명보가 예전 축협 시절 그 강직했던 때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자. 만일 그에게 아직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면, 자신이 진짜 되고 싶던 축구 행정가의 길을 가고 싶다면, 그는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을 수 있다. 자신이 떠난 울산의 빈자리에 와야 할 단 한 사람이 김판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의 김판곤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국내에서의 영향력이다. 만약 홍명보가 그것을 터줄 수 있다면, 김판곤은 힘을 얻을 수 있다. 명분이다. 그리고 김판곤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다음 대표팀 감독이 되거나 축협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무너져가는 한국 축구를 살리는 것이다. 그것이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일지도 모른다.
물론, 후임 감독을 결정하는데 홍명보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한 흔적은 없다. 추측일 뿐이다. 차기 감독의 선임은 울산의 몫이다. 그러나 K리그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거머쥔, 그리고 대표팀 감독을 배출한, 비정상적으로 감독을 차출당한 구단의 상황이라 누구나 주목하고 있을 이 시점에 김판곤이라는 조합이, 올림픽에 쏠리는 이목을 틈타 아주 조용하게 임명되었다.
김판곤은 항상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축구협회에 있을 때도 그랬다. 단순히 당장의 성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각급 대표팀의 스타일을 통일하고,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그의 노력은 항상 미래를 향해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뭔가 있다. 아웃사이더 김판곤의 유일한 흠은 국내 리그에서의 실적. 울산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그가 추구하는 축구가 옳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김판곤의 울산 부임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은밀하지만 위대한 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사에 참 다사다난했던 여정이다. 이제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말로 해서 안 되면? 직접 보여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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