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가 야기한 혼란, 환경부 오락가락 규제도 문제

농심의 오래된 음료 제품 카프리썬이 종이 빨대 변경 20개월 만인 내달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간다. 그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터라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를 반기는 소비자가 많다.

해프닝의 발단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11월 24일 자로 식당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시행하고 1년의 계도 기간을 정했다.

윤석열 정부로 바뀐 뒤 계도 기간 연장과 더불어 2022년 11월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제도가 확대 시행됐다. 이에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줄고 마트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던 비닐봉지가 없어지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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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썬 플라스틱 빨대 [사진=농심 제공]
카프리썬 플라스틱 빨대 [사진=농심 제공]

일부 기업과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정부 방침에 맞춰 일회용품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농심은 카프리썬 빨대 소재를 기존의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꿨다. 스타벅스와 폴바셋, 투썸플레이스 등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 업체는 이미 2021년부터 종이 빨대를 사용 중이었다.

문제는 종이 빨대 특유의 이질적 질감과 시간이 지날수록 눅눅해지는 현상 등 단점이 부각됐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종이 빨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  

과일 음료인 카프리썬은 생각보다 타격이 컸다. 빨대가 필수적인 제품 특성 상, 소비자 불만이 거겠다. 농심은 2차례 품질 개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종이 빨대 교체는 카프리썬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매년 900만 박스에 가깝던 카프리썬 판매량은 종이 빨대 도입 이전인 2022년 대비 지난해 13%나 줄었다. 올해 3분 현재도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상황이다.

카프리썬 종이 빨대 [사진=농심 제공]
카프리썬 종이 빨대 [사진=농심 제공]

농심은 결국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를 선언했다. 농심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비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ESG 경영과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카프리썬과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컵라면 왕뚜껑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애버리자 무려 50% 가까이 판매량이 급감했다. 제품의 상징인 왕뚜껑이 없어지자 소비자 불만이 커졌고 결국 다시 원래 뚜껑을 제작했다.

이런 혼선은 커피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폴바셋, 투썸플레이스는 종이 빨대를 여전히 사용 중이지만 이디야, 메가커피, 빽다방은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쓴다.

일각에서는 종이 빨대가 오히려 환경에 안 좋다는 주장도 있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또한 매년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무기한 시행하는 등 오락가락 정책을 내놔 애꿎은 소비자와 기업들만 혼선을 빚었다는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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