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야구’ 삼성전 2연승 하면 뭐해? 가을야구는? 몸 관리도 실력이다.

스페셜 메뉴는 맛있지만 매일 먹을 수 없다. 식당 매출을 지탱하는 건 결국 정식과 소주다. 스포츠카가 주말을 장식해도 평일 도로를 채우는 건 출퇴근용 세단이다. 한 번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질수록 실질 효용은 떨어진다. 올해 김도영은 정확히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터질 때의 파급력은 최고였지만...[본문 중에서]
스페셜 메뉴는 맛있지만 매일 먹을 수 없다. 식당 매출을 지탱하는 건 결국 정식과 소주다. 스포츠카가 주말을 장식해도 평일 도로를 채우는 건 출퇴근용 세단이다. 한 번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질수록 실질 효용은 떨어진다. 올해 김도영은 정확히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터질 때의 파급력은 최고였지만...[본문 중에서]

대구에서 2연승을 챙겼는데도, 커뮤니티는 더 뜨거워졌다. ‘이겨서 오늘은 욕도 못 하겠다’, ‘경질 기원 n일차’, ‘연패 때 불펜 돌려막기·타순 고집은 왜 그대로냐’, ‘감정 폭발하는 벤치가 팀을 더 흔든다’ 같은 노골적인 글이 줄줄이 올라온다.

반대로,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김도영을 두고는 ‘아직도 김도영 부상이 감독 탓이냐’, ‘충분히 시간 주고 2군까지 뛰게 했는데 재발이면 몸 관리 문제’, ‘프로는 자기 몸 관리도 실력’, ‘유리몸이면 방식부터 리셋하라’는 쓴소리도 만만치 않다. KIA는 14일 기준 106경기 52승 4무 50패(승률 0.510)로 5위. 3위 롯데와 3경기, 6위 KT와는 0.5경기 차다. 우승 가능한 로스터와 무기력한 벤치, 우승 가능한 실력과 잦은 이탈. 지금 KIA를 더 흔드는 축은 어디일까.


잘하긴 하는데, 유리몸... 올해만 벌써 몇 번째? 몸 관리도 실력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김도영은 ‘나오면 질이 높다’를 이미 증명했다. .309/.361/.582, OPS .943. 5월 93타석 27안타 6홈런 20타점, 5/22~25 KT·삼성 4경기 연속 홈런. 반대로 8월 복귀 3경기 합계는 11타석 10타수 1안타 5삼진(볼넷 1)이었고 곧바로 멈췄다. 

문제는 출전 확률이다. 올 3월 좌측 햄스트링, 5월 우측 햄스트링, 8월 복귀 3경기 만에 재이탈. 시즌 기준 등록 70일, 말소 75일로 활동 가능일 자체가 얇았다. 라인업에 없는 날이 길어지면 팀은 매번 타순·수비·주루 패턴을 다시 짜야 하고, 한 자리를 막으려다 연쇄 이동이 발생해 여러 포인트의 평균이 동시에 내려간다. ‘매일 같은 얼굴’이 사라지면 타순 기대 득점과 수비 커뮤니케이션의 누적도 끊긴다. 결국 팀이 받는 가치는 기량의 크기 × 출전의 빈도다. 올 시즌 KIA는 앞이 클수록, 뒤의 부족이 더 크게 보였다.

출처_KBO/정리_뉴스워커
출처_KBO/정리_뉴스워커

유리대포가 무너뜨린 시즌 vs 금강불괴가 붙잡은 시즌


‘유리대포’가 시즌을 무너뜨린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23 뉴욕 양키스는 애런 저지 이탈 뒤 득점력이 급락하며 82승 80패로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KBO에서도 2023 키움은 이정후가 7월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된 뒤 최종 10위로 추락했다. 타선의 기둥 한 장이 빠지자 득점·출루·수비 안정감이 동시에 흔들린 전형적 사례였다.

반대로 ‘금강불괴’가 시즌을 붙잡은 장면은 선명하다. 2017 KIA는 양현종이 193.1이닝 20승으로 정규·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완성했고, 시리즈에서도 결정적 등판마다 계산이 섰다. 메이저리그에선 2023 텍사스의 마커스 시미엔이 162경기 전부를 소화하며 우승 여정을 끝까지 끌었고, 2001 시애틀의 이치로는 157경기·242안타로 MVP+신인왕을 동시 석권하며 116승 시즌을 만들었다. 개인 상황과 신체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매일 라인업에 선다는 사실 자체가 팀 운용의 바닥을 단단히 한다.


스페셜의 유혹, 루틴의 힘, 출전 확률이 전술을 이길까?


스페셜 메뉴는 맛있지만 매일 먹을 수 없다. 식당 매출을 지탱하는 건 결국 정식과 소주다. 스포츠카가 주말을 장식해도 평일 도로를 채우는 건 출퇴근용 세단이다. 한 번 쓰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질수록 실질 효용은 떨어진다. 올해 김도영은 정확히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터질 때의 파급력은 최고였지만, 한 번 투입할 때마다 준비·보호·리스크 관리 비용이 가파르게 붙었다. 비용이 네 배로 늘었다고 효용이 네 배가 되지는 않는다.

 LoL도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꺼내면 최소 1인분을 보장하는 상시 품목(오른·사이온·마오카이, 세주아니·자크, 오리아나·빅토르, 애쉬·바루스·이즈리얼, 노틸러스·브라움·룰루)이 있고, 캐리 잠재력은 높지만 절대 죽으면 안 되는 스페셜 메뉴(피오라·케일, 카직스·니달리, 제드·야스오·카타리나·르블랑·카사딘, 드레이븐·칼리스타·트위치, 파이크·바드)가 있다. 전자는 블라인드로 꺼내도 한타 출석률과 기본 기능이 매일 보장되지만, 후자는 라스트픽·보호 조합·시야 설계가 따라붙지 않으면 기댓값이 급락하고, 한 번 잘리는 순간 긴 공백의 값을 팀이 통째로 치른다.

이 프레임을 KIA에 얹으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올 시즌을 더 흔든 축은 어디였나. 욕먹는 이범호와 유리몸 김도영. 벤치의 전술·통제 실패였나, 아니면 에이스의 가용성 문제였나. 어느 쪽에 표를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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