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무용론’, 축구, 야구, 배구 등 메이저 종목 모두 밀려, 더 이상 라이벌 아니다?
![여자배구는 원래 일본이 우위에 있었으나, 90년대를 거치며 한국이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반면 이 시기 일본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영입으로 극악의 용병 의존적인 플레이를 한 결과,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배구를 넘는 것처럼...[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8/391372_417222_2632.jpg)
광복절이 지난 지 벌써 사나흘이다. 15일 광복절에 일본 총리 이시바의 입에서 13년 만에 이례적으로 ‘반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무색하게도 바로 다음 날, 일본은 한국 조사선의 독도 활동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역사적인 관계, 그리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의 외교 전술이 주는 짜증을 우리는 이따금 스포츠로 해결해 왔고 그 상징이 바로 한일전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한일전은 기쁨보다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8일, 일본 축구 전문지 ‘사커 다이제스트’는 지난 7월 열린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을 평가하면서 “이 대회를 치를 의미가 없다”고 혹평했다. 특히 “한국은 피지컬은 우수하지만, 경기장에서 영리한 기술과 시야를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었다. 단순한 패스 미스가 많았고, 골문에 다가갈수록 기술적 허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즉, ‘수준 떨어져서 같이 못 하겠다’고 대놓고 조롱을 한 것이다.
2024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즐겨 관전하는 스포츠 종목은 축구(49%), 야구(20%), 골프(5.3%), 농구, 배구 등의 순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전은 관심이 더 많다. 이들 종목에서 밀린다면, 더 이상 우리는 일본의 라이벌이라고 불릴 수 없다.
아시아 깡패의 몰락, 우물 안 개구리 1000만 관중 KBO, 아시아 동네북 배구
한일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축구다. 특히 한국 남자 축구는 상대 전적이 매우 우수하다. 19일 기준, A매치 상대 전적은 82전 42승 23무 17패. 그러나 21세기 들어 6승 7무 7패, 최근 10경기 전적은 2승 3무 5패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울러 21년부터 이어진 사상 최초 한일전 3연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이 ‘아시아 깡패’였던 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75~78년 사이에는 무려 11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렸다.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은 한국을 만나 종종 예선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한일전을 제외하고도 최근 축구대표팀의 국제경쟁력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작년에 1000만 관중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KBO리그의 인기와는 달리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 소리를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일본의 야구 역사가 길고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2010년대 중반까지는 치열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버렸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1회 대회 승리를 마지막으로 일본에게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9년간 9연패라는 참담한 기록이다.
남자배구는 상대 전적이 높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을 상대로 무려 12연승을 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나, 한국이 항저우 쇼크 이후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일본은 최근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반등하고 있다.
여자배구는 원래 일본이 우위에 있었으나, 90년대를 거치며 한국이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반면 이 시기 일본은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영입으로 극악의 용병 의존적인 플레이를 한 결과, 자국 선수들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배구를 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기무라 사오리를 비롯한 일본 장신 공격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팀을 정비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 반면 한국은 이 시기 무려 22연패를 기록했다. 김연경이 있던 시기는 라이벌리를 형성할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다. 22년부터 올해 있던 VNL 예선에서의 한일전 모두 4연패 중이다.
지난 16일 있었던 진주 코리아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일본을 3-2로 꺾었지만, 2군을 상대로 역대급 편파판정 논란까지 자초하며, 이례적으로 ‘승리가 창피한 한일전’이라는 조롱을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팬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있다.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된 스포츠 인프라 시스템의 한계, 이제는 일본의 비교 대상이 안되나?
이런 전방위적 역전의 배경에는 근본적인 시스템 차이가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스포츠 인프라에 투자해 왔다. 축구에서는 J리그 출범과 함께 유소년 시스템을 체계화했고, 야구에서는 고교-대학-프로로 이어지는 탄탄한 피라미드를 구축했다. 현재 일본축구협회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며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임시방편적 투자를 하다가, 대회가 끝나면 관심이 시들해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종목들 협회 차원의 거버넌스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손흥민의 MLS(미국 프로축구 리그) 활약 소식이 연일 스포츠 지면을 달구지만, 우리 앞에 처한 현실은 씁쓸하다. 세계 최고의 주목을 받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제 남은 한국 선수는 황희찬 한 명이다. 그마저도 위태로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0명의 상황을 곧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반면 일본은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타카이 코타(토트넘) 등 5명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고 나아가 더 늘어날 기세이다.
물론, 다른 종목에서 한국이 아직 일본에 우위를 내주지 않은 종목도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추월하는 종목보다 따라잡히는 종목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치밀한 나라이다. 어쩌면 더는 라이벌 관계로서의 한일전을 바라보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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