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9월 A매치 명단 발표서 ‘주장 바꿀 수도 있다’에 팬들 분노, 이게 맞아?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25, 홍명보 감독은 9A매치 미국 친선전 2경기에 앞서 소집 명단을 공개했다. 예상했던 대로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의 소집 이외에는 크게 특이할 것 없는 발표였다. 그런데 한 기자의 질문이 정적을 깼다. ‘손흥민 주장 지정에 대한 생각은?‘

 

홍 감독은 ‘(주장직이) 변경될 수도 있고 변경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계속 생각 중이고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얼마나 오래 뛰냐가 아니라 어떤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사상 가장 긴, 7년을 넘게 주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손흥민은 이제 언제든 임명 해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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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교체 반대하는 팬들, 유럽파 아니라고 토사구팽? 호날두, 메시도 아직 대표팀 주장인데...


팬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손흥민이 더 이상 유럽 리거가 아닌 것이 이유? 이게 말이 되나?’라는 반응이 앞섰다. 손흥민이 최근 EPL에서 MLS(메이저 리그 사커)로 가면서 아직 은퇴도 선언 안 했는데, 그동안의 공헌과 실력과는 상관없이 버려지는 느낌이라고 생각도 더했다.

한편으로는 33세인 손흥민의 교체 나이가 아직 이르다며 다른 국가 대표팀과 비교하는 팬들도 있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자 라이벌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알 나르스 FC, 40)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인터 마이애미 CF, 38)40이 다 된 나이에도 아직도 국가대표 주장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각각 2008, 2010년에 주장 완장을 찼다.

일각에서는 월드컵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멀쩡한 주장 교체를 하는 이유가 뭔가?’라며 축협과 홍명보가 손흥민을 시기하고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라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감독 본인도 이날 인터뷰에서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에서 주장은 경험이 있어야한다고 했으니, 올림픽 대표팀부터 2014 월드컵, 아시안컵 그리고 2022 월드컵까지 두루 경험이 있는 손흥민의 적합성은 두말할 것 없어 보인다.


역대 주장 변천사, 세대교체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추세손흥민이라고 성역 아냐


홍명보 감독과 기자 사이의 이번 인터뷰를 두고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한다. 기자의 질문이 나왔을 때, 홍명보 감독 입에서 당연히 손흥민 선수가...’라는 확실한 답변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로 당연한가? 손흥민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영원한 캡틴으로 남아야 하는가?

출처_대한축구협회/정리_뉴스워커
출처_대한축구협회/정리_뉴스워커

역대 수많은 선수가 대표팀을 거쳐 갔지만, 주장은 팀에 딱 한명 뿐이고 감코진과 더불어 팀을 이끄는 중요한 선수이기 때문에 상징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매번 감독의 선택과 소집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주장을 지목하는 것도 감독의 권한이다. , 고정된 것이 아니다. 별일 없으면 주전들이 거의 소집되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꼭 은퇴하면서 주장을 반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역대 주장 역사를 보면, 최근으로 오면서 주장 스스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느끼고 좀 더 일찍 완장을 반납하는 추세다. 이날 인터뷰에서 홍명보 감독은 ‘(본인이) 주장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지만, 기록은 명확하다. 그리고 선수홍명보는 2002 월드컵 이후 치러진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황선홍과 함께 대표팀을 은퇴하며 주장직을 내려놨다.

박지성은 유난히 일찍 은퇴했기에, 주장 완장을 미리 물려줄 여유가 없었다. 박주영부터 구자철까지는 대표팀 은퇴와 상관없이 감독 재량에 따라 주장을 임명했다. 기성용이 특이한데, 2018 월드컵이 끝나고 주장 완장을 자진해서 손흥민에게 물려줬고, 이후 2019 아시안컵까지 소화하고 은퇴했다.


친선전은 세대교체 실험 가능, 월드컵 주장은 손흥민, 완장 없다고 상징성 어디 가지 않아


손흥민은 대표팀 사상 가장 긴 시간 동안 당연하게도 주장으로 임명되어 왔다. 그러나 틈 없는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당장 대표팀을 은퇴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주장직을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월드컵 예선은 끝났고 본선까지는 친선전의 연속이다. 몇 번 정도는 다른 선수로 실험할 수 있다. 따라서 고민 중이라는 홍 감독의 답변은 너무나 정석적인 답변일 뿐이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한국 축구의 상황이 호날두나 메시랑 같지는 않을 것이다. 손흥민을 무시해서도 아니다. 좀 더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해 줬으면 하는 심정은 마찬가지지만, 여러 번 은퇴를 암시했던 손흥민이다. 선수 생활의 말미를 미국에서 보내겠다는 손흥민이다. 본인의 마지막 월드컵을 위한 이유도 있다. 월드컵 가서는 당연히 그가 주장직을 맡아야 하겠다. 하지만 완장 없이 필드를 누빈다고 하여, 명성과 클래스가 어디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상징성이 완장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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