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채환과 동급 취급? 강릉 출신 임시현, 강원도 사투리일 수도... 특권의식은 아쉬워
![좀 더 파헤쳐 보면, 솔향강릉(강릉시청 공식 누리집)의 문화/체육 칼럼에서 생생한 ‘이기야’의 실사용 예시를 찾을 수 있었다. 강릉 사투리 어휘 자료에는 [이기 - 이것이]로 되어있다. 그리고 토박이들의 설화 소개란에서 사용례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는데, ‘이기야’라는 표현이 우리가 알던 그것임을 엿볼 수 있다. 즉, ‘이기야’는 우리 어른들이 실제로 쓰던 사투리...[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9/396531_424341_5319.jpg)
양궁 국가대표 임시현의 ‘이기야’ 논란이 결국 터질 대로 터졌다. 발단은 임시현이 지난 5월 본인의 새 활 케이스를 SNS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블랙핑크이기야”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양궁 남자 국가대표 장채환의 ‘멸공’ 논란과 함께 국가대표로서의 ‘극우 표현’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임시현은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끝난 지 열흘 정도가 지난 23일, 해당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불길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커져만 갔다.
사과문에서 눈여겨볼 키워드는 ‘이기야’, ‘사투리’, ‘일베’, ‘국어사전’, ‘국위선양’ 5개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앞의 4개의 키워드는 임시현 본인의 극우 논란에 대한 해명이었고 나름 억울한 부분도 있어 보였다. 진짜 문제는 전체 글 중 딱 한 번 나왔던 ‘국위선양’이라는 키워드다.
‘조롱할 생각도, 마음도, 시간도 없을 정도로 국위선양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그와 우리 사이의 만리장성. 일반인들에게는 ‘나랏일 하느라 바쁜데 왜 건드리냐?’로 들릴 수 있는 발언. 그 한 단어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문이 되어버렸다.
과한 일베 몰이는 마녀사냥, 강릉 출신 임시현, ‘이기야’ 사투리로 인지했을 수도...
임시현은 ‘이기야’ 표현에 대해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사투리’라 해명했다. 이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한 기사도 있었는데, 반은 틀리고 반은 맞다 볼 수 있다. 네이버에 ‘국어사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기야’라는 표현이 검색되지 않는다. 임시현의 주장은 틀린 것일까?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았다고 없는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일베에서 주로 써서 세간에는 이미지가 좋지 못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이 표현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또 사용되면 그것이 표준어가 된다. 표준어까지는 아니지만, ‘이기야’도 어딘가에 그 뿌리가 있음이 분명하다.

많이들 ‘이기야’를 동남 방언으로 알고 있지만, 경상도 이외의 지방에서도 쓰인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사전에는 ‘이기야말루(이야말로)’라는 강원도 방언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기야’가 ‘이거야’의 변형임을 고려하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파헤쳐 보면, 솔향강릉(강릉시청 공식 누리집)의 문화/체육 칼럼에서 생생한 ‘이기야’의 실사용 예시를 찾을 수 있었다. 강릉 사투리 어휘 자료에는 [이기 - 이것이]로 되어있다. 그리고 토박이들의 설화 소개란에서 사용례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는데, ‘이기야’라는 표현이 우리가 알던 그것임을 엿볼 수 있다. 즉, ‘이기야’는 우리 어른들이 실제로 쓰던 사투리다.

영동지방에 오래 살았던 필자에게도 해당 표현이 낯설지 않다. 세대가 지나면서 사용이 적어지긴 했지만, 어른들은 해당 표현을 자주 써오셨다. 임시현은 강릉 출신이다. 충분히 들어봤을 만한 사투리다. ‘경상도 사투리’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설사 그가 일베 유저라고 해도 해당 표현을 그곳에서 처음 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지역의 방언에 지나지 않는 표현이 특정 커뮤니티 때문에 전 국민이 인지하는 표현이 되었다. 세대 차이와 ‘이기야’ 이미지의 변천을 고려하면, 2003년생 임시현에게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그 표현을 경상도 방언이라고 여겼을 만한 이유가 상당하다.
그리고 만약 임시현이 진짜 일베 유저이고 변질된 ‘이기야’의 용법을 알고 있었다면, 국가대표 신분으로는 도저히 득이 될 것 없는 표현을 쓸 이유가 굳이 없다. 보통은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자면, 임시현의 일베 논란은 그에게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국가대표씩이나 되어서 민감한 표현을 꼼꼼히 가려 쓰지 못한 죄’가 있을 뿐이다.
나라를 구했나, 벼슬을 했나? 2025년에 국위선양 타령, 국가대표의 자세? 안 하느니만 못 한 해명
한국의 스포츠 발전은 명과 암이 공존한다. 산업화 시기, 가난하고 못살던 시절의 스포츠는 국민의 열망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한국 스포츠는 국제 무대에 발을 내디뎠고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 중 하나가 되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금메달을 목에 건 많은 국가대표들이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웅으로 새겨졌다. 그들이 준 정신적 영감과 에너지는 대한민국이 지금의 눈부신 성장을 이루는 데 한몫했다. 선수의 처우도 나빴던 그 시절, 몸 바쳐 뛰었던 그들의 땀은 진정한 ‘국위선양’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스포츠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아직도 세계의 많은 국가가 비민주적이고 가혹한 통치구조를 가릴 목적으로 스포츠를 장려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설적으로 스포츠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던 시기는 전두환 정권 때이다. 5공을 전후로 스포츠의 프로화가 시작되었고, 88 서울 올림픽이라는 한국 스포츠의 대전환 뿌리가 되었다. 메달 잔치는 마치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 착각하게 했다. 스포츠는 그렇게 우민화 정책이었던 ‘3S’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금은 21세기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선수들의 처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양궁은 원래 영국이 종주국이다. 선수 본인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 양궁의 위상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열악한 처우에도 피땀으로 도전했던 수많은 선배,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려 노력한 조력자들이 함께 이룩한 결과다.
21세기 주력 스포츠 부문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처우는 그 영광을 국가가 대부분 가져갔던 80년대 환경과 다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한국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자원할 선수가 몇이나 된단 말인가? 국가대표가 자원봉사인가? 21세기의 국위선양은 겉으로 과시하는 것이 아닌, 실력과 신뢰로 팬들의 마음 속에 보이지 않게 실재하는 것이다. 과연 스스로가 무엇인지 한 번쯤 숙고할 시간이다. 이것이 일베 논란 따위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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