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자’ 카카오, 승자의 저주?
[뉴스워커_경영 레이다] SM엔터테인먼트(대표 장철혁, 이하 SM엔터)를 둘러싼 ‘SM-카카오’ 대 ‘이수만-하이브’ 전쟁은 올 초 최대의 이슈 중 하나였다.
2대 주주, 1대 주주를 오가며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던 이들은 한 때, 최대주주로 등극했던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떼면서 카카오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하이브가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했고, 이와 관련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카카오와 하이브를 둘러싼 손익을 따져보기로 한다.
-경영권 분쟁의 史
SM엔터의 경영권 분쟁은 2019년 6월,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사익편취 논란’에서 시작이었다. KB자산운용이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 등의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어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M엔터의 지배 구조 개선을 제안했다. 그리고 올해 초인 2월 7일, SM은 카카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9.05%를 취득해 SM의 2대 주주에 등극했다.
하지만, 3일 후인 2월 10일, 이수만 총괄이 자신의 지분 14.8%를 하이브에 넘기면서, 하이브는 단숨에 SM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되었고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다.
당시 하이브는 1조 원에 달하는 자본을 투입해 SM 지분의 39.8%를 확보한 후 SM을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M&A를 내세우며 반발했고 부담을 느낀 하이브가 분쟁에서 발을 빼면서 결국 SM은 카카오 품으로 들어갔다.
-‘최후의 승자’ 카카오, 승자의 저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3월 28일까지 SM엔터 지분을 39.87%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카카오가 취득한 지분은 20.76%, 카카오엔터가 취득한 지분은 19.11%다. 하지만 카카오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후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모양새다.
①예상보다 많은 자금 투입
카카오는 SM엔터 인수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도 2배 많은 액수가 투입된 것으로 이에 따른 출혈을 막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②시세조종 혐의, 카카오 대표 ‘구속’
하이브가 공개매수 당시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11월 13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2부(박건영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2월 16∼17일과 27∼28일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사들였다. 횟수로는 총 409회에 이르며 금액은 약 2400억 원에 달한다. 배 대표 등은 이 때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은 혐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 대표 측 법률대리인은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11월 1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③카카오 관계자 줄줄이 기소
11월 15일, 검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김범수 센터장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카카오의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6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거 있다. 김범수 카카오 설립자는 지난해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자리만 유지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김 센터장의 카카오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판단해, 11월 23일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6시간 가까이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④카카오, 카뱅 잃나
이로써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인한 유죄확정 시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을 잃을 수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7%(1억 2953만 3725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6개월 안에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7%를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 해야 한다. SM 경영권 분쟁에서는 이겼지만 분쟁의 여파로 인해 카카오뱅크를 잃게 된다면 카카오그룹 전체에 큰 손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졌지만 잘 싸운’ 하이브?
반면, 하이브는 결론적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패했다. 3월 12일,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에서 SM 인수에 손을 떼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실익을 챙긴 행보라는 평이 뒤따른다.
①투자 손실은 발생
하이브는 SM 인수를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그리고 주당 12만원에 지분 15.78%를 사들였는데, 인수에 실패하면서 카카오에게 주당 15만원에 주식을 되팔아 약 1127억 원을 회수했다. 물론 카카오에게 매각한 물량이 보유 주식의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손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현재 SM의 주가는 14일 오전 10시 기준 8만 7100원이다.
②위버스로 실익 챙겨
하지만 하이브는 경쟁을 포기하면서 실익을 챙겼다. 카카오·SM엔터와 플랫폼 관련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이에 따라 9월,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에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 13팀이 입점했다. 위버스는 하이브의 플랫폼 자회사 WEVERSE COMPANY에서 개발한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위버스를 통해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친밀한 소통은 물론, 커머스와 미디어 콘텐츠, 공연 관람 기능까지 팬덤 라이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위버스에 다양한 아티스트가 입점할수록 그 팬덤이 생산하는 트래픽을 위버스로 흡수할 수 있고 위버스 이커머스 서비스인 위버스샵에서 다른 소속사 아티스트의 굿즈 등 MD와 음반, 콘텐츠를 유통하면 그 수수료 수익도 하이브가 확보할 수 있다.
-시세조종 첫 재판 열려, 혐의는 ‘전면부인’
한편, 12월 12일,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배 대표와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배 대표 측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지분 매입이라고 주장했으며 증거에 대한 열람 등사를 불허해 ‘깜깜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주장을 했다. 또한 배 대표 측은 “경쟁적 M&A 과정에서 지분 매입을 통한 기업적 경쟁이 처벌 대상이 된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를 함부로 범죄로 평가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위축, 개인 주주들에 대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대기업인 카카오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시세조종에 관한 사건인 만큼 관여자가 많고 수사 중인 관계자도 많아 수사 기밀에 해당하는 기록 목록은 제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승자’인 카카오의 득실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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