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선수 경기 즐기려면 매달 4만원 육박

경기도에 사는 스포츠광 A씨(31)는 좋아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느라 열대야도 잊고 산다. 다만 쿠팡플레이, 티빙, 스포티비 등에서 매달 날아오는 청구서는 겁이 난다. 최근에는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미국프로축구리그로 떠나면서 애플TV까지 결제해야 하나 고민이다.

A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시청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간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포츠광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과거에는 지상파 3사(KBS·SBS·MBC) 자체 또는 각 스포츠 채널에서 해외축구와 해외야구 등 경기를 무료로 중계했다. 다만 스포츠 시장이 확대되고 중계권료가 급등하자 지상파들은 스포츠 중계를 차츰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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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민간 업체들의 중계권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스포티비는 영국프로축구리그(EPL)를 필두로 여러 해외축구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메이저리그(MLB) 중계권을 확보했다. 게다가 TV 유선 채널 무료(스포티비, 스포티비2)와 유료(스포티비 플러스, 스포티비 프라임)를 각각 활용했다.

OTT 시장이 이후 확장하면서 드라마, 영화 등을 취급하던 업체들도 스포츠로 눈을 돌렸다. 티빙이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무려 3년간 1350억원(연간 450억원)을 들여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한국프로야구(KBO) 중계권을 확보했다.

그간 네이버에서 무료로 KBO 경기를 보던 야구팬들은 돈을 내고 티빙을 통해 국내야구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불만이 커졌다. 티빙 구독료는 제일 저렴한 것이 월 5500원이고, 가장 비싼 요금제는 1만7000원에 달한다.

티빙 KBO 중계 [사진=티빙]
티빙 KBO 중계 [사진=티빙]

티빙이 KBO 중계권을 사자 쿠팡은 한국프로축구리그(K리그)로 응수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쿠팡 유료 회원이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시스템이라 월 7890원에 볼 수 있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포뮬러 원(F1), 미국의 내셔널풋볼리그(NFL) 등 마니아층이 많은 스포츠까지 중계해줬다.

올해부터 EPL 중계권을 가져온 쿠팡플레이는 별도 유료 요금제 도입을 예고했다. 월 9900원에 스포츠패스를 도입하면서 기존 무료로 제공하던 콘텐츠도 요금제를 따로 구매해야만 볼 수 있게 바꿔 비판을 받았다.

국내 EPL 시청자들 대다수가 손흥민 선수 팬인 점을 고려한 쿠팡은 관련 마케팅까지 준비했으나, 정작 손흥민이 미국프로축구리그 LAFC로 이적하면서 김이 샜다. 그나마 지난 주말부터 시작한 EPL 중계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 [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스포츠패스 [사진=쿠팡플레이]

스포티비를 애용하던 소비자들 역시 EPL이 빠지면서 불평하기 시작했다. 다른 해외축구리그나 최상위 리그 챔피언스리그는 남아있으나 EPL까지 보려면 이중으로 요금을 내야 한다.

스포티비 UEFA 슈퍼컵 [사진=스포티비]
스포티비 UEFA 슈퍼컵 [사진=스포티비]

이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 등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중이 아니라 삼중, 심지어는 사중으로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예컨대 MLB를 보려면 스포티비, 한국야구를 보려면 티빙, EPL은 쿠팡플레이, 손흥민을 보려면 애플티비까지 전부 구독해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구독해도 매달 4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한 소비자는 “손흥민(애플티비), 오타니(스포티비), 르브론 제임스(쿠팡플레이) 경기를 OTT로 보는 비용을 아껴 직접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서 보는 게 낫겠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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