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 안 한다던 FIFA, 러·우-중동-미·중 갈등과 딜레마, 미국 땅 밟는 자는 누구?

FIFA로서는 고민이 많다. 중국은 2억 8,9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축구 팬층과 완다, 비보, 알리바바, 하이센스 등 FIFA의 재정에 기여하는 스폰서들, 엄청난 자본과 투자 의지 등, 월드컵 흥행에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이다. 대놓고 테러지원국인 이란 대신, 중국 쪽이 FIFA 입장에서는...[본문 중에서]
FIFA로서는 고민이 많다. 중국은 2억 8,9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축구 팬층과 완다, 비보, 알리바바, 하이센스 등 FIFA의 재정에 기여하는 스폰서들, 엄청난 자본과 투자 의지 등, 월드컵 흥행에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이다. 대놓고 테러지원국인 이란 대신, 중국 쪽이 FIFA 입장에서는...[본문 중에서]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평화를 외쳤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이스라엘-이란 사이의 긴장이 일단은 숨을 고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24시간 단계적 휴전을 순조롭게 이행하며 12일간 이어진 전쟁의 포문을 일단 닫았다. 전례 없는 미국의 타 국가 핵시설 폭격까지 있었지만, 24일과 25일 양일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성사와 이행 상황을 두 차례 공식 발표했고, 25, 추가 충돌 없이 전쟁은 봉합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하지만 언제든 긴장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라운드는 다시 전쟁의 안갯속에 빠졌다. 북중미 월드컵이 당장 1년 뒤다. 이란 대표팀은 이미 아시아 예선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이미 지난 카타르 월드컵부터 출전 금지 상태이다. 이란도 이 같은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그런데 어부지리를 노리는 쪽이 있다. 소후닷컴 등 중국 언론에는 러시아처럼 이란이 퇴출된다면 중국에도 한 줄기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과연 미국 땅을 밟을 자는 누구일까?


미사일로 이스라엘 뚫는 것보다 어려운 미국 비자’, 하필이면 미국이 개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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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란 축구대표팀은 아시아 3차 예선에서 721(승점 23)로 조 1위를 차지하며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요르단, 일본, 호주와 함께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아시아 강호답게 지난 30년간 월드컵 본선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나 이번 개최국이 사실상 미국이라는 점이 커다란 장벽이다.

미국은 1984년부터 이란을 공식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란에 대한 입국 금지령이 재차 강화됐고, 최근 분쟁을 거치며 미국-이란 관계는 역대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이란 국민이 미국 땅을 밟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물론 FIFA는 월드컵 선수단, 스태프 등은 원칙적으로 입국 금지에서 예외라고 설명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진행 중인 25 클럽월드컵에서도 일부 국가 팬들의 입국 거부 사례가 보도됐다. 이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도 9차전 이라크 원정에서 클월을 고려하며 엔트리를 구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안보는 스포츠라고 예외가 없다.

실제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등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입국을 금지했을 때, 이란 레슬링 대표팀은 월드컵(프리스타일) 참가를 위해 미국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된 바 있다. 국제레슬링연맹, IOC 등 국제 스포츠계가 강력히 압박한 결과, 특별비자가 발급돼 뒤늦게 참가가 성사됐지만, 이런 예외는 어디까지나 정치 상황이 허락할 때만 가능하다. 결국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란 대표팀의 운명은 그라운드 밖 미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IFA의 딜레마 - 정치와 분리한다면서 러시아는? 선제공격한 이스라엘은? 어쩔 수 없는 미국 눈칫밥


월드컵을 주관하는 FIFA는 늘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이것은 올림픽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FIFA 정관 제14조와 제15조에도 축구가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 원칙과 동떨어져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FIFAUEFA는 이례적으로 러시아 대표팀을 곧바로 월드컵에서 퇴출했다. 전쟁 중인 것과 대회 참여는 별개이지만, 축구계를 주도하는 유럽의 입김이 워낙 강했고 FIFA는 이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사태는 한층 복잡하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었다. 어떤 이유든, 싸움은 보통 먼저 건 사람의 책임이 크다. 이란을 제재하면서 이스라엘은 봐준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4차전까지 진행된 유럽 예선에서 이스라엘은(현재 2, 3경기 21) 본선행을 다투고 있지만, 만약 이란의 본선 출전권을 박탈하려면, 이스라엘이나 미국도 같은 잣대로 제재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그럼에도 국제 스포츠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동일한 제재를 적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이스라엘이 쟁쟁한 유럽 경쟁국들을 뚫고 월드컵에 진출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FIFA정치와 스포츠 분리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강대국과 돈 많은 시장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 월드컵의 주최국이며, 경기 수와 방송권, 자본 투자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세계 최강국이다. FIFA가 명분상 정치적 중립을 주장해도, 미국 정부의 입국 정책이나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시선 앞에서는 결국 현실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FIFA러시아 제재는 되고 이스라엘-미국은 안 된다는 식의 이중잣대 비난을 피해 가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의 일장춘몽, 급한 불 끄는 미국이지만, 패권 도전하는 중국의 기를 살려줄 일 없다!


이란의 월드컵 본선행이 흔들리자, 중국이 웃었다. 3차 예선에서 탈락한 국가 중, 중국의 피파 랭킹은 84위인 바레인의 뒤를 이은 94위이다. 하지만 C조에서 중국이 바레인보다 승점이 높다. 중국축구협회가 FIFA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FIFA는 오히려 이란의 본선 출전 금지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서만 조별리그를 치르는 변칙적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FIFA의 입국 금지 예외 조항상, 트럼프 대통령이 입국을 막더라도 FIFA가 이란을 월드컵 자체에서 퇴출할 명분은 없다는 분석이다.

FIFA로서는 고민이 많다. 중국은 28,900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축구 팬층과 완다, 비보, 알리바바, 하이센스 등 FIFA의 재정에 기여하는 스폰서들, 엄청난 자본과 투자 의지 등, 월드컵 흥행에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이다. 대놓고 테러지원국인 이란 대신, 중국 쪽이 FIFA 입장에서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게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역시 민감한 이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은 세자릿수가 오가는 관세 전쟁을 해왔다. ‘축구굴기라는 국가적 프로젝트, 월드컵 진출에는 패권에 도전하는 G2의 야망이 담겨있다. 중동 분쟁이 잠잠해지면 미국이 다시 중국에 칼끝을 겨눌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예선에서 망신당한 중국을 괜스레 살려주며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

이번 월드컵 전체 104경기 중 78경기가 미국에서 열린다. 편성을 잘하여 이란이 조별리그를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치르면,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해도 8강에 오르기 전까지는 미국 땅을 밟을 일이 없다. 이란의 최고 성적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달성한 종합 14위다. 8강 진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 입국 문제가 본선 전체를 뒤엎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가디언은 “FIFA가 공식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인판티노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국제정치 상황을 볼 때, 이란 퇴출보다 조용한 수습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FIFA는 이란의 월드컵 참가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러나 이미 퇴출당한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이스라엘, 중국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미국 땅을 밟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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