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에도 패배한 대표팀 감독 vs 압도적 1위 행진 전북 감독, 누가 그를 외면했나?

역대 감독 중, 한일전을 지고 욕을 먹지 않은 감독은 없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다”며, “결과가 아쉽고 실점 장면이 아쉽지만,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본문 중에서]
역대 감독 중, 한일전을 지고 욕을 먹지 않은 감독은 없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다”며, “결과가 아쉽고 실점 장면이 아쉽지만,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본문 중에서]

분명 이 경기에 앞서 필자는 ‘졌잘싸’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리백 전술 실험의 필요성도 공감하는 바였다. 유럽파 차출 공백도 이해할 만한 했다. 그러나 이번 동아시안컵 한일전은 변명이 필요 없는 무조건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결국 대표팀은 15일에 안방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1로 패배했다. 이 경기 앞서 이미 한국과 일본은 승점 6으로 동점이었지만, 골득실차에서 한국이 2골이 밀려있어 비기더라도 지는 경기였다. A매치 기준, 2019년 12월 동아시안컵 한일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한국은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사상 첫 한일전 3연패다. 물론 2연패까지는 벤투 시절 나왔지만, 한일전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대한민국 국적 감독이기에 나름의 기대도 있었다. 벤투호 이전 한일전 마지막 패배는 2013년 7월 동아시안컵이다. 그 당시 감독도 홍명보였다. 12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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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백 한 이유가? 3군 상대로 이게 뭔... 경기 기록은 졌잘싸?


주요 유럽파가 빠진 한국과 일본 대표팀은 서로 2군, 3군이라고 불리며 국내파 위주로 구성됐다. 한국은 이번에도 스리백 3-4-3을 들고 나왔고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조현우, 이태석, 김주성, 박진섭, 박승욱, 김문환, 서민우, 김진규, 나상호, 주민규, 이동경 등이 출전했다. 유럽파가 빠졌을 뿐 K리그 핵심 선수들은 자리를 지켰다.

3-4-3이 기존에 쓰던 4-2-3-1에 비해 좀 더 공격적인 전술이라고 평가된다. 물론 중국전에서 나쁘지 않았던 스리백이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전술을 쓴 일본의 수비 유동성, 윙백의 수비 뒷공간 침투에 당황했던 한국이었다. 물론 일본의 움직임도 그리 좋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급해진 한국이 뻥축구로 전환하면서도 아쉬운 공중 장악력과 의미 없는 크로스가 남발되었다.

통계를 보면 겉으로는 진짜 ‘졌잘싸’다. 점유율은 58 대 42로 한국이 우세했고 슈팅도 9 : 4, 패스 시도 448 : 334, 패스성공 356 : 264에 키패스 6 : 2, 코너킥 무려 11 : 2 등으로 지표만으로는 우세한 게임을 하고도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대 득점을 보자. 네이버 스포츠 기준 0.67 대 0.17.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의 슈팅이 훨씬 골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기대 득점(xG)보다 골이 안 들어가면 골 결정력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종합 0.17의 기대 득점을 가지고도 1골을 만들어냈다. 즉, 넣기 힘든 골을 결정력으로 커버한 것이다.

물론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다. 기대 득점 0.04를 기록한 어려운 시도였던 나상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빗나가는 장면이 그것이었다. 후반 83분에는 이호재의 멋있는 시저스킥도 나왔지만, 일본의 신들린 선방에 막혀 아쉽게도 좌절됐다.


홍 ‘우리가 더 잘해’ 유체 이탈 화법에 여론 분노, 12년 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역대 감독 중, 한일전을 지고 욕을 먹지 않은 감독은 없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충분히 잘했다”며, “결과가 아쉽고 실점 장면이 아쉽지만,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가뜩이나 침통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웃고 갑니다. 개그프로가 망할 수 밖에”, “졌는데 3백이 성공이라니 뭔 헛소리야”, ‘관전평 :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일본3군상대로 명보인터뷰 레전드네 ㅋㅋㅋ 이젠 아예 미친행세하네 ㅋㅋ”, “명보야 잔말말고 사퇴해라” 등등 긍정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했듯 홍명보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일본을 상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동아시안컵, 홍명보 1기 감독 시절, 잠실에서 상대한 적이 있다. 경기 전부터 욱일기를 든 일본 관객의 출연으로 험악한 분위기였다. 앞선 호주전과 중국전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일본 극성팬들이 난입해 ‘한국은 안된다. 일본 화이팅’ 등의 행동이 논란이 된 터라 꼭 이겼어야만 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결국 1-2로 패했고 당시 개최국이자 홈 이점을 누릴 수 있었던 한국은 이 대회에서 단 한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이 패배가 2010년대의 마지막 한일전 패배이다.


다시 조명받는 한 남자 거스 포옛, 한일전 사상 최초 3연패는 그를 거부한 대가인가?


홍 감독이 선임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홍명보의 대한 부정적 여론의 대부분은 그가 단순히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자리에 오르는 과정에서 함께 등장한 이름이 바로 거스 포옛 현 전북 감독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거스 포옛은 홍명보가 선임된 뒤인 작년 8월, 유튜브의 한 채널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이 했던 노력과 그럼에도 되지 못한 아쉬움에 대해 전한 바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업무 태만 논란으로 경질된 점을 고려해 축협은 한국 상주 조건도 걸었을 것이고 그에 대해 포옛은 ‘100% 한국에 거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자신은 ‘돈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며 계약금 문제도 장애물이 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즉, 서울에 상주가 가능하고 적은 연봉도 수락하고 전력 분석까지 준비한 감독이 있는데도 차기 감독은 홍명보로 낙점되었다.

전북으로 오기 전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이었는지까지도 알 필요가 없다. 올해 성과가 그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전북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김두현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24시즌 전북의 K리그 성적은 10위로 강등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23시즌 4위라는 성적에 비하면 저조했다. 대표팀 감독으로도 거론되던 거스 포옛은 김두현 감독의 뒤를 이어 전북의 지휘봉을 잡았고 리그 일정 절반을 더 넘긴 15일 현재 승점 45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상태로라면 강등권 팀을 이끌고 부임 1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는 엄청난 역사를 쓰는 것이다.

그러니 아쉬워하는 것이다. 이날 경기를 평가하며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을 상상하는 팬들도 많았다. 지금의 대표팀 스쿼드면 모두 이기지는 못해도 지는 경기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벤투 때 3골 먹힌 거 1골로 줄였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동아시아연맹 회장으로 추대되었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다. 21년 한일전 대패 때 정몽규 회장은 사과문을 작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타인지가 안되는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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