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동성제약 회장(좌),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우)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좌),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우)

최근 코스피 상장사인 동성제약이 오너 일가 내 경영권 분쟁에 이어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인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까지 이르렀다. 오너 2세와 3세인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다툼이 표면화되며, 기업 존립까지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닫는 동성제약에 업계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 5개월만에 탈환 나선 삼촌


동성제약은 1957년 설립, 7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중견 제약·화장품 회사로, 오랫동안 대표 상품으로 판매되어 온 배탈 치료제 정로환’, 염색약 세븐에이트를 비롯해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이 회사의 분쟁의 중심에는 오너 2세 이양구 회장과 3세인 나원균 대표가 있다. 이 회장은 창업주 이선규 회장의 아들이며, 나 대표는 이 회장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의 아들이다. 즉 외삼촌과 조카 사이인 이들의 관계는 이전 대표이사인 이양구 회장이 나원균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동성제약 CI
동성제약 CI

동성제약은 지난해 10월 이양구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나원균 대표가 경영권을 승계 받으며 오너 3세 체제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해 2022년 사내이사, 2024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나 대표는 입사 약 5년만에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그러나 이 회장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에 다시 개입하기 시작했고, 20254월 보유 지분 14.12%를 외부 마케팅 회사인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나 대표와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이사진 교체 및 정관변경 등 경영권 탈환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은 예정된 시나리오였나


의아한 점은 이 회장이 조카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후 몇 달도 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는 부분이다. 실적 부진을 이야기하기에는 나 대표가 회사를 이끈 시기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이미 동성제약은 이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던 시기부터 실적 악화에 놓여 있었다.

동성제약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22933억 원, 2023886억 원, 2024884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또한 202231억 원, 20236억 원, 202466억 원으로 약화됐다. 이는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인한 유동성 악화와 무리한 자금 계약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정리_뉴스워커
정리_뉴스워커

이 회장 측은 자금 차입을 조건으로 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전문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으며 최근 2심 판결에서도 원심이 유지된 바 있다. 이 회장의 대표 사임이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 과정이 아니라 본인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비자발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추정되는 지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부터 불만을 품고 있었고 다시 경영권 탈환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잠시 멈춘 분쟁회생절차 끝나면 격화 불가피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은 51일 서울지방법원에 동성제약과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신주상장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동성제약 이사회가 에스디에너지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신주 518537주를 발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곧바로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 동성제약은 또한 딥랩코리아를 대상으로 자사주 7.13%와 교환가능한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딥랩코리아가 사업 내용과 본사 위치조차 불명확한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후 동성제약은 571억원 규모의 전자어음이 결제 불능으로 부도 처리됐고, 이후에도 잇따라 부도 공시가 이뤄지며 경영 위기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

결국 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는 57일 만장일치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의결하고, 서울회생법원에 공식 접수했다. 회사 측은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전을 이유로 밝혔다.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이 회장이 추진하던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 회장의 남은 지분은 임시주총 후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겨질 예정이었으나, 현 경영진은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이에 제동을 건 셈이 됐다.

정리_뉴스워커
정리_뉴스워커

이양구 회장과 브랜드리팩터링 측 지분은 약 14~15% 수준이다. 나 대표와 모친등이 보유한 6%보다 월등히 우위에 있다. 다만, 에스디에너지에 배정된 신규가 상장되고, 딥랩 코리아가 EB(교환사채)를 행사하면 나 대표 측 지분은 12.8%까지 늘어날 수 있다.

현재 동성제약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주주총회 소집 등 경영권 교체 시도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 회장 측은 기존 이사회의 직무정지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주주들...소액 주주는 봉?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오너 일가 내 갈등을 넘어, 기업의 존립과 주주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공식화된 57일 동성제약 주가는 전일 대비 29.97% 급락한 데 이어 곧장 거래정지에 돌입하면서 주주들은 주식을 매도할 타이밍조차 잃고 말았다. 여기다 유상증자를 통한 무리한 자금 조달에 회생 절차에서의 자산 매각 등도 전망되면서 자산 가치 하락과 지분가치 희석, 연이은 부정 이슈로 인한 브랜드 벨류 하락까지 주식 처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주주들은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경영권은 사실상 동결되며, 이 회장과 나 대표 간의 지분 경쟁도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그러나 실질적 경영권 다툼은 회생절차가 끝나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 정지 상황이 풀린 뒤에도 리스크는 여전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가족 경영 기업의 경영권 승계, 외부 투자자 유입 시 사전 협의의 중요성, 경영권 방어 전략의 복잡성 등 다양한 경영 리스크를 보여준다. 특히 주주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들이 사전 공유 없이 내부적으로만 이뤄지면서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보 비대칭과 투명성 리스크를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제약의 경영 정상화 여부와 분쟁의 향방은 앞으로도 업계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