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고층 빌딩 논란...세계유산영향 평가 필요해 보여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유네스코는 등재 근거로 ‘세계유산 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그리고 세운 재개발지구 개발에 앞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하라고...[본문 중에서]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유네스코는 등재 근거로 ‘세계유산 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그리고 세운 재개발지구 개발에 앞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하라고...[본문 중에서]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세운4구역의 정확한 명칭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으로 지난 2023년 철거를 한 뒤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 1030일 이 구역 건물 최고 높이를 종로 변 101미터, 그리고 청계천 변 145미터로 상향하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그러자 국가유산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며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시가 새롭게 정한 기준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 정전의 경관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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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가유산청의 설명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서울시가 고시한 기준대로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 남쪽 세운3구역에도 27층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종묘 정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 종묘 정전의 경관을 훼손하지 않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보다 가까운 세운4구역에 145미터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 정전의 왼쪽 숲을 가로막게 된다는 게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참고로 종묘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유네스코는 등재 근거로 세계유산 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그리고 세운 재개발지구 개발에 앞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영향 평가를 하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종묘 정전의 경관을 훼손하는 고층 건물이 들어설 시 세계유산 박탈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 시장은 법적 근거를 내세우며 물러설 뜻이 없어 보인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세운4구역은 국가 지정 문화유산 100미터 이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아니다. 이를 근거로 오세훈 시장은 세운4구역은 국가유산청과 협의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산 영향 평가 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2018년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반영해 이 구역의 건물 높이를 55~72미터로 제한한다면 수익성이 없어 사업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운4구역 고층 건물 논란은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대립에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국가유산청의 반발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묘를 방문하고, 10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종묘를 방문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사실상 정부 대 서울시 구도로 세운4구역 고층 건물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김민석 총리는 10일 종묘를 방문해 오세훈 시장의 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민석 총리는 서울시의 조례 개정을 두고 국익과 국부를 해치는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총리는 이날 허민 국가유산청장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종묘 일대를 둘러보며 종묘 앞 개발이 서울시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질 사안이 아니고 국민적 토론을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이번 세운4구역 고층 건물 논란을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10일 서울시 시정 실패 및 비리 검증 TF’를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앞서 논란이 된 종묘 앞 고층 건물을 비롯해 한강 버스 등을 민주당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날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 대표의 지시로 관련 TF를 구성하고 단장으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고 공표했다.

당 차원의 공표와 함께 민주당 의원의 비판이 이어졌다.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종묘 앞 고층 빌딩 건설을 역사 파괴라고 규정하며 서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의 조치를 개발과 보존의 조화라는 도시 정책 기본을 망각하는 일이라 비판하며 세운4구역 고층 건물 계획을 비난했다. 마찬가지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원래 계획보다 20층을 더 높이 건물을 올려 대한민국의 유산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이런 비난에 정면으로 맞서고 나섰다. 오세훈 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 이날 종묘를 방문한 김민석 총리에게 세운상가 일대를 방문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도시 흉물을 그대로 둬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정부의 주장은 왜곡된 정치 프레임을 입힌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민석 총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세훈 시장은 11일 직접 방송에 출연해 종묘 앞 재개발을 설명하고 나섰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CBS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개발이 종묘를 돋보이게 하는 개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전날 김민석 총리의 발언을 감정적 선동이라고 주장하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을 불러온 조례 개정에 대해 경제성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세운4구역 재개발은 서울시 대 정부, 나아가 오세훈 시장 대 김민석 총리의 대결 양상을 보인다.

그런데 이번 논란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대 재생산될 모양새다. 몇몇 언론은 이번 재개발 논란을 내년 서울시장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다고 논평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개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오세훈 시장이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세운4구역 고층 건물 논란이 어떻게 해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문화재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이번 재개발 사업의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유네스코의 세계 유산 영향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론했듯이 유네스코는 세운상가 재개발에 앞서 세계 유산 영향 평가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으로서 종묘의 가치가 이번 서울시 사업으로 훼손되는지 객관적 기관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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