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들추기]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치권에서도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은 의대 정원 확대에 ‘강력 투쟁’을 경고하면서 향후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복지부와 의협은 총 14차례에 걸쳐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지만, 의대 정원 규모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면서 의협에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처럼 한 목소리로 ‘증원’ 반겼지만…의협은 ‘강력 투쟁’ 예고
정부의 이같은 방안에 여야도 모처럼 의대 정원 확대를 한 목소리로 요청하며 이를 반겼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현재의 의료 서비스 상황이나 미래 의료 수요 추세를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면서 “정부·여당은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의료 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인 국립 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치해 지역의사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의협은 전날 저녁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반대를 명확히 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일부 편향된 학자들은 의대 정원 증원만이 해결책인 양 제시하며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41대 집행부는 전원 사퇴할 각오로 강경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 15일 성명에서도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불신 해결을 위해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의협의 이같은 입장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만으로는 인력난을 겪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의사단체도 “증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정부의 증원에 반발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현장 전문가인 의사들과 상의 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했다”면서 “대통령은 최소한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20년 이상인 사람들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해 달라”고 복지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직 의사 유튜버들도 ‘증원이 답은 아니다’ 발언
현직 의사 유튜버들도 발언을 통해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11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닥터프렌즈’의 운영자 중 1명인 이낙준 안과 전문의는 유튜브 커뮤니티 글을 통해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던 2020년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추진 당시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다시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 공공의대나 이번 정책이나 목표는 아마도 ‘필수 의료 회복’과 ‘지방 의료 회복’ 두 가지일 것”이라며 “의사 수를 늘려 경쟁이 늘어나면 사실상 기피 과가 되어버린 소아청소년과나 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 쪽으로 가는 의사들이 늘어날 거란 기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해당과 그리고 의료계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또 일관되게 요구해 온 ‘기피 과가 기피 과가 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달라’는 의견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특히 이미 필수 의료 신규인원 진입이 제한되는 것을 넘어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전문의 자격을 딴 인원들마저 해당과 진료를 포기하고 비보험 등 미용 진료로 빠지는 지금, 이는 더더욱 적절한 정책이라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들이 바람이 돼 흩날린 지 오래고 오랫동안 예견했던 대로 필수 의료는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정책이 나왔으니 반대는 하겠으나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제 개인적으로 많이 잃어버렸다. 이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닥터프렌즈’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도 댓글을 통해 “저희의 바람은 어쩌면 여러분 모두와 같다”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계속해서 건강하게 유지됐으면 한다. 저희도 환자가 되고, 제 아이들도 언젠가 나이들고 아플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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