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년만의 전면 개편, 해결할 문제는 남아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근로세와 부가세 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준조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일반 국민도 많을 것 같다. 준조세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과 같이 국가 공공기관에 국민과 기업이 납부해야 할 법정부담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준조세는 기금 또는 특별회계로 관리되어 왔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사업비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명 ‘꼼수 증세’로 널리 활용되어 온 조세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준조세인 법정부담금을 전면적으로 정비에 나선다고 하니 기대를 해볼 만할 것 같다. 많은 국민과 기업들이 내는 준조세는 상품가격에 이미 포함된 경우가 많으므로 잘 드러나지 않아 부담자가 특별한 저항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즉 상품에 포함된 부가세처럼 이미 상품가격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준조세는 담뱃값에 포함된 건강증진부담금, 영화표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여권 발급자에게 걷는 국제교류기여금, 전기요금의 3.7%에 이르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내는 분담금, 부과금, 부가금, 예치금, 기여금 등의 형태로 우리는 어쩌면 매일매일 준조세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다양한 준조세를 용도 변경하면서 부과되는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목적 이외의 곳에서 사용한 사례 또한 많았고 이를 방지하고 무분별한 준조세의 신설과 증설을 막기 위해 2002년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폐지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유지된 것이 전체의 73%에 해당한다고 하니 시대가 변하고 경제여건이 많이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 번도 개편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듯하다.
그동안 준조세 개편을 위한 법까지 만들었지만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올해 총선을 앞두고 개편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의도성에 의심을 가질 수 있지만 어떻게 개편되는지 잘 지켜봐야 할 대목인 듯하다. 목적과 그 용도에 맞는 준조세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있지만 도입된 이후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적합성을 따져서 수정 및 보완한 적이 없다는 것 또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이 아무리 취지에 맞더라도 2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전혀 재검토하는 과정이 없는 것은 아무래도 ‘꼼수 증세’를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교통유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환경부담금, 농지전용부담금 등 또한 높은 요율로 인해서 개편에 대한 목소리는 이미 오래되어 온 듯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준조세 개편 등이 이뤄지게 되면 당연히 국가 살림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준조세는 중앙정부의 기금, 특별회계, 지자체, 공공기관 등으로 귀속되는데 이같은 재원이 줄어들게 되면 당연히 어디선가 다시 증세할 수밖에 없으며 각종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고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대대적인 폐지까지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올해 이미 10조 원 이상 세수 펑크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감세 정책을 진행하는 것은 국민은 물론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감세 정책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상속세 완화정책을 추진한다고 알려지면서 부자 감세 정책에 몰방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자 감세와 총선용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이해되는 부분이지만 준조세 개편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한때 담뱃값이 상승하면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건강한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예측이었고 이같은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지난해에만 약 2조 8000억 원을 흡연자가 부담했다고 한다. 이같은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은 지난 1995년 신설되었고 그 당시 목적은 금연교육과 말 그대로 국민건강증진이었지만 이미 그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준조세의 대대적인 폐지와 개편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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